◇ 시인과 시(근대)937 김현승 시인 / 지상(地上)의 시 외 3편 김현승 시인 / 지상(地上)의 시 보다 아름다운 눈을 위하여 보다 아름다운 눈물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상실의 마지막 잔이라면, 시는 거기 반쯤 담긴 가을의 향기와 같은 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만이, 남을 만한 진리임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저무는 일곱시.. 2020. 1. 17. 모윤숙 시인 / 꺼진 촛불 외 2편 모윤숙 시인 / 꺼진 촛불 그는 나에게 흰 수건에 싼 가느다란 촛대를 보내며 그 불이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 내 귀에 속삭이고 갔다 마음 속 향로 위에 그가 보낸 촛대를 조심히 세웠건만 한 폭의 시절 한 고개의 산도 넘기 전 촛불은 새카맣게 꺼지고 말았네 그대가 주신 촛불이 오늘엔 .. 2020. 1. 16. 노천명 시인 / 슬픈 그림 외 2편 노천명 시인 / 슬픈 그림 보랏빛 포도알처럼 떫은 풍경― 애드벌룬에는 `아담과 이브시대'의 사진 예고다 아스파라가스처럼 늘 산뜻한 걸 즐기는 시악씨 오얏나무 아래서 차라리 낮잠을 잤다 바느질 대신 아프리카종의 고양이를 데리고 논다 구두를 벗고 파초잎으로 발을 싸 본다 하나 .. 2020. 1. 16. 김현승 시인 / 일요일의 미학 외 4편 김현승 시인 / 일요일의 미학 노동은 휴식을 위하여 싸움은 자유를 위하여 있었듯이, 그렇게 일요일은 우리에게 온다. 아침빵은 따뜻한 국을 위하여 구워졌듯이. 어머니는 아들을 위하여 남편은 아내를 위하여 즐겁듯이, 일요일은 그렇게 우리들의 집에 온다. 오월은 푸른 수풀 속에 빨간.. 2020. 1. 16. 모윤숙 시인 / C선생(先生) 외 2편 모윤숙 시인 / C선생(先生)께 내 그대 앞에 목놓아 울지 않으나 울음보다 더 슬픔을 지닌 채 그대 앞에 섰나이다 어슴푸레한 등불 아래 그래도 빛나는 그대의 눈 천길 촉광 아래 타고 있어라 엎드러진 채 잠잠한 그대 맘 몰려오는 총부리엔 떨지 않도다 도토리 줍기에 가을 해가 바쁜 그대.. 2020. 1. 15. 노천명 시인 / 사월의 노래 외 3편 노천명 시인 / 사월의 노래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은…… 향기로운 라일락이 우거지리 회색빛 우울을 걷어 버리고 가지 않으려나 나의 사람아 저 라일락 아래로―라일락 아래로 푸른 물 다담뿍 안고 사월이 오면 가냘픈 맥박에도 피가 더하리니 나의 사랑아 눈물을 걷자 청춘의 노래를.. 2020. 1. 15. 김현승 시인 / 이 어둠이 내게 와서 외 4편 김현승 시인 / 이 어둠이 내게 와서 이 어둠이 내게 와서 요나의 고기 속에 나를 가둔다. 새 아침 낯선 눈부신 땅에 나를 배앝으려고, 이 어둠이 내게 와서 나의 눈을 가리운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곳을 더 멀리 보게 하려고, 들리지 않던 소리를 더 멀리 듣게 하려고. 이 어둠이 내게 와서 .. 2020. 1. 15. 노천명 시인 / 망향 외 2편 노천명 시인 / 망향 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라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아이들이 한울타리 따는 길머리론 계림사(鷄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고 지나가고 대낮에 잔나비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산(山)에 올라 무룻을 캐고 접중.. 2020. 1. 14. 김현승 시인 / 아침 식사 외 4편 김현승 시인 / 아침 식사 내 아침상 위에 빵이 한 덩이, 물 한 잔. 가난으로도 나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신 주(主)여. 겨울의 마른 잎새 한끝을, 당신의 가지 위에 남겨 두신 주(主)여. 주(主)여, 이 맑은 아침 내 마른 떡 위에 손을 얹으시는 고요한 햇살이시여. 절대고독, 성문각, 1970 김현승 .. 2020. 1. 14. 박용래 시인 / 탁배기(濁盃器) 외 5편 박용래 시인 / 탁배기(濁盃器) 무슨 꽃으로 두드리면 솟아나리. 무슨 꽃으로 두드리면 솟아나리. 굴렁쇠 아이들의 달. 자치기 아이들의 달. 땅뺏기 아이들의 달. 공깃돌 아이들의 달. 개똥벌레 아이들의 달. 갈래머리 아이들의 달. 달아, 달아 어느덧 반백(半白)이 된 달아. 수염이 까슬한 .. 2020. 1. 14. 노천명 시인 / 동경 외 2편 노천명 시인 / 동경 내 마음은 늘 타고 있소 무엇을 향해선가― 아득한 곳에 손을 휘저어 보오 발과 손이 매여 있음도 잊고 나는 숨가삐 허덕여 보오 일찍이 그는 피리를 불었소 피리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나는 몰라 예서 난다지…… 제서 난다지…… 어디엔지 내가 갈 수 있는 곳인지도 .. 2020. 1. 13. 김현승 시인 / 신년기원 외 3편 김현승 시인 / 신년기원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 2020. 1. 13.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