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937

박목월 시인 / 운복령(雲伏嶺) 외 4편 박목월 시인 / 운복령(雲伏嶺) 심산(深山) 고사리, 바람에 도르르 말리는 꽃고사리. 고사리 순에사 산짐승 내음새, 암수컷 다소곳이 밤을 새운 꽃고사리. 도롯이 숨이 죽은 고사리밭에, 바람에 말리는 구름길 팔십리(八十里). 산도화(山桃花), 영웅출판사, 1955 박목월 시인 / 은행동(銀杏洞) .. 2020. 2. 14.
서정주 시인 / `거시기'의 노래 외 4편 서정주 시인 / `거시기'의 노래 팔자 사난 `거시기'가 옛날 옛적에 대국으로 조공 가는 뱃사공으로 시험 봐서 뽑히어 배 타고 갔네. 삐그덕 삐그덕 창피하지만 아무렴 세때 밥도 얻어먹으며……. 거시기, 거시기, 저 거시기……. 그렇지만 요만큼한 팔자에다도 바다는 잔잔키만 하지도 않.. 2020. 2. 13.
오상순 시인 / 아시아의 여명(黎明) 오상순 시인 / 아시아의 여명(黎明) 아시아의 밤 오, 아시아의 밤 말없이 묵묵(黙黙)한 아시아의 밤의 허공(虛空)과도 같은 속 모를 어둠이여 제왕(帝王)의 관곽(棺槨)의 칠(漆)빛보다도 검고 폐허(廢墟)의 제단(祭壇)에 엎드려 경건(敬虔)히 머리숙여 기도(祈禱)드리는 백의(白衣)의 처녀(處.. 2020. 2. 13.
박목월 시인 / 영탄조(詠嘆調) 외 4편 박목월 시인 / 영탄조(詠嘆調) 나이 오십(五十) 가까우면 기운 내의는 안 입어야지. 그것이 쉬울세 말이지. 성한 것은 자식들 주고 기운 것만 내 차례구나. 겉만 멀끔 차리고 나니, 눈가림만 하자는 것이네. 설사 남이야 알 리 없지만 내가 나를 못 속이는걸. 내가 나를 못 속이는걸. 뭘, 그.. 2020. 2. 13.
오상순 시인 / 생(生)의 철학(哲學) 외 1편 오상순 시인 / 생(生)의 철학(哲學) 우주만유(宇宙萬有)의 본질(本質)이 모두 `생(生)'이라는 철학적(哲學的) 직각(直覺)의 충동(衝動) 속에 돌에다 귀를 가마­ㄴ히 기울여 보고 쇠에다 손을 슬며시 대어 보았다 미친 듯이……. 공초오상순시선(空超吳相淳詩選), 자유문화사, 1963 오상순 .. 2020. 2. 12.
박목월 시인 / 순지(純紙) 외 4편 박목월 시인 / 순지(純紙) 순지(純紙) 같은 사람을 생각한다. 구수하게 푸짐한 인간성(人間性). 그런 사람이 쉽사리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어리숙한 나무를 생각한다. 나무는 다 어리숙하지만 하다못해 넉넉한 신발을 생각한다. 발이 죄이지 않는 편안한 신발도 쉽지 않지만 큼직한 그릇을 .. 2020. 2. 12.
이병기 시인 / 풀벌레 외 2편 이병기 시인 / 풀벌레 해만 설핏하면 우는 풀벌레 그 밤을 다하도록 울고 운다 가까이 멀리 예서 제서 쌍져 울다 외로 울다 연달아 울다 뚝 그쳤다 다시 운다 그 소리 단조하고 같은 양 해도 자세 들으면 이놈의 소리 저놈의 소리 다 다르구나 남몰래 겨우는 시름 누워도 잠 아니 올 때 이.. 2020. 2. 12.
오상순 시인 / 불나비 외 1편 오상순 시인 / 불나비 불나비! 사랑의 불 속에 뛰어들어 자기(自己)야 있고 없고 불나비! 생명(生命)의 불 속에 날아들어 목숨이야 있고 없고 불나비! 비밀(秘密)의 불 속에 달겨들어 목숨과 죽음을 넘어 그 `무엇'에 부닥치려는 무서운 몸부림이여 너 MEHR LICHT!에의 일편단심(一片丹心) 그 .. 2020. 2. 11.
박목월 시인 / 생토(生土) 외 4편 박목월 시인 / 생토(生土) 울산 접경(蔚山接境)에서도 영일(迎日)에서도 그들을 만났다. 마른 논바닥 같은 얼굴들. 봉화(奉化)에서도 춘양(春陽)에서도 그들을 만났다. 억만 년(億萬年)을 산 듯한 얼굴들. 인삼(人蔘)이 명물(名物)인 풍기(豊基)에서도 그들을 만났다. 척척한 금이 간 얼굴들... 2020. 2. 11.
이병기 시인 / 처(妻) 외 3편 이병기 시인 / 처(妻) 귀히 자란 몸에 정주도 모르다가 이 집 들어오며 물 긷고 방아 찧고 잔시늉 안한 일 없이 가는 뼈도 굵었다 맑은 나의 살림 다만 믿는 그의 한몸 몹시 섬약하고 병도 또한 잦건마는 그래도 성한 양으로 참고 그저 바궈라 나이 더하더라도 마음이야 다르던가 백년(百年.. 2020. 2. 11.
오상순 시인 / 백일몽(白日夢) 오상순 시인 / 백일몽(白日夢) 이 일편(一篇)을 꿀 먹은 벙어리와도 같이 영원(永遠)한 침묵(沈黙)에 숨쉬는 지기지우(知己之友)들에게 바치노라 내 일찌기 새파란 청춘시절(靑春時節) 오월(五月) 훈풍(薰風)의 한해 여름철 세계(世界)의 심장(心臟)의 고동(鼓動) 소리가 들리고 그 모공(毛.. 2020. 2. 10.
박목월 시인 / 산그늘 외 4편 박목월 시인 / 산그늘 장독 뒤 울밑에 목단(牧丹)꽃 오무는 저녁답 모과목(木果木) 새순밭에 산그늘이 내려왔다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길 잃은 송아지 구름만 보며 초저녁 별만 보며 밟고 갔나베 무질레밭 약초(藥草)길 워어어임아 워어어임 휘휘휘 비탈길에 저녁놀 곱게 탄다 황토 먼 산.. 2020.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