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고원 시인 / 밤의 눈 외 2편 고원 시인 / 밤의 눈 불을 끄고 잠깐 지나면 어둠을 보는 눈이 어둠에 열리지. 해가 지고 나면 밤의 눈이 그렇게 열리는 걸까. 밤의 눈을 기다리는 눈을 위해서 밤은 밤에만 들리는 노래로 제 눈을 여는가봐. 그래서 밤눈을 열고 밤의 눈을 기다리는 눈 속에 달이 뜨고 별이 나고 그래서 그.. 2020. 2. 22. 김상옥 시인 / 낙엽(落葉) 외 2편 김상옥 시인 / 낙엽(落葉) 맵고 차운 서리에도 붉게 붉게 타던 마음 한가닥 실바람에 떨어짐도 서럽거늘 여보소 그를 어이려 갈구리로 검나뇨 떨어져 구을다가 짓밟힘도 서럽거든 티끌에 묻힌 채로 썩을 것을 어이 보오 타다가 못 다 탄 한을 태워 줄까 하외다 초적(草笛), 수향서헌, 1947 .. 2020. 2. 21. 서정주 시인 / 신발 외 3편 서정주 시인 / 신발 나보고 명절날 신으라고 아버지가 사다 주신 내 신발을 나는 먼 바다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에서 장난하고 놀다가 그만 떠내려 보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내 이 신발은 벌써 변산(邊山) 콧등 밑의 개 안을 벗어나서 이 세상의 온갖 바닷가를 내 대신 굽이치며 놀아 .. 2020. 2. 21. 고원 시인 / 물너울 외 2편 고원 시인 / 물너울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이 되게 하고 물도 되고 달빛도 되게 하는 목 소 리. 물마루 달무리가 합쳐서 너울너울하다가 속삭이는 빛깔로 아무리 멀어도 안 에 서 목소리가 산다. 물너울, 창작과비평사, 1985 고원 시인 / 물방울 먼 길 가다 가다 물을 비우고 세상 비우고 울어 .. 2020. 2. 21. 김상옥 시인 / 강(江) 있는 마을 외 2편 김상옥 시인 / 강(江) 있는 마을 한굽이 맑은 강(江)은 들을 둘러 흘러가고 기나 긴 여름날은 한결도 고요하다 어디서 낮닭의 울음소리 귀살푸시 들려오고 마을은 우뜸 아래뜸 그림같이 놓여 있고 읍(邑)내로 가는 길은 꿈결처럼 내다 뵈는데 길에는 사람 한 사람 보이지도 않어라 초적(草.. 2020. 2. 20. 서정주 시인 / 선운사(禪雲寺) 동구(洞口) 외 5편 서정주 시인 / 선운사(禪雲寺) 동구(洞口)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 동천, 민중서관, 1968 서정주 시인 / 소년왕 단종의 마지막 모습 강원.. 2020. 2. 20. 고원 시인 / 달마당 외 2편 고원 시인 / 달마당 달 드는 뜨락 환한 정에 바람이 살살 빨려 들고 사람 가슴 비다 비다 아주 비면 푹 패어서 달 드는 마당. 다시 만날 때, 범우사, 1993 고원 시인 / 돌팔매 물새 발자욱 파묻힌 모래밭에 썼다 지웠다 짓궂은 회상(回想)을 묻으며 투명한 손에서 눈을 돌린다. 벌떡 일어나 돌.. 2020. 2. 20. 서정주 시인 / 서반아(西班牙)의 가가대소(呵呵大笑) 외 4편 서정주 시인 / 서반아(西班牙)의 가가대소(呵呵大笑) 부제: 『돈키호테』의 작자 세르반테스의 고택(故宅) 옆 골목에서 들은바 고요하고 잔잔한 한국 미소보다야 상품(上品)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서두 서반아의 가가대소(呵呵大笑)라는 것도 들어 볼수록 한 맛은 있더군. `중세 천년의 팔.. 2020. 2. 19. 고원 시인 / 그 날 외 2편 고원 시인 / 그 날 그 날 네가 하아얗게 진찰대 위에 누워 있을 때 나는 네 비인 방에서 하아얗게 종이를 더듬고 있었더란다. 그 날 네가 새까만 드레스로 내 창문을 두들겼을 때 나는 새까만 정거장에서 차표를 끊고 있었더란다. 이러한 우연이 내가 너와 헤어지는 인사가 되었기에 두고 .. 2020. 2. 19. 오상순 시인 / 환상(幻像) 오상순 시인 / 환상(幻像) 부제: 서울 명동(明洞) 모나리자 다방(茶房)에서 송숙군(宋琡君)의 추억하는 애화(哀話)를 듣고 분명(分明)코 글라디올라스이었는데 글라디올라스는 홀연(忽然) 간 곳 없고 오마! 언니! 언니! 어느듯 십년(十年)의 세월(歲月)이 흘러간 그윽하고 향기(香氣)로운 죽.. 2020. 2. 19. 서정주 시인 / 보릿고개 외 5편 서정주 시인 / 보릿고개 사월 초파일 뻐꾹새 새로 울어 물든 청보리 깎인 수정같이 마른 네 몸에 오슬한 비취의 그리메를 드리우더니 어느만큼 갔느냐, 굶주리어 간 아이. 오월 단오는 네 발바닥 빛깔로 보리는 익어 우리 가슴마다 그 까슬한 가시라기를 비비는데……. 뻐꾹새 소리도 고.. 2020. 2. 18. 고원 시인 / 객지에서 소를 보면 외 1편 고원 시인 / 객지에서 소를 보면 객지에서 소를 보면 고향이 반갑다. 의젓한 뿔을 들고 말이 없는 소. 세상사 쓴맛 단맛을 반추하면서 소는 소대로 제 고향 꿈을 꾼다. 한때는 사하라 사막과 나일 강을 아래로 아득히 내려다보며 소가 하늘을 낳기도 했고, 언젠가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 2020. 2. 18. 이전 1 ··· 6 7 8 9 10 11 12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