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오상순 시인 / 해바라기 외 1편 오상순 시인 / 해바라기 해바라기! 너는 무삼 억겁(億劫)의 어둠에 시달린 족속(族屬)의 정령(精靈)이기에 빛과 열(熱)과 생명(生命)의 원천(源泉)! 또 그 모체(母體) 태양(太陽)이 얼마나 그리웁고 핏줄기 땡기었으면 너 자신(自身) 이글이글 빛나는 화려(華麗)한 태양(太陽)의 모습을 닮아 .. 2020. 2. 18. 서정주 시인 / 몽블랑의 신화 외 5편 서정주 시인 / 몽블랑의 신화 신부와 신랑이 겨울 몽블랑 산 속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는데요. 가파른 어느 낭떠러지에서 신랑이 실족하여 미끄러져 내려가 버린 것이 아무리 찾아 보아도 영 눈에 띄질 않았습니다. 몽블랑의 산신녀가 그 신랑이 탐나서 그런 거라고 사람들은 말하기도 합.. 2020. 2. 17. 오상순 시인 / 한잔 술 외 1편 오상순 시인 / 한잔 술 나그네 주인(主人)이여 평안하신고 곁에 앉힌 술단지 그럴 법 허이 한잔 가득 부어서 이리 보내게 한잔 한잔 또 한잔 저 달 마시자 오늘 해도 저물고 갈 길은 머네 꿈 같은 나그넷길 멀기도 허이! 나그네 주인(主人)이여 이거 어인 일 한잔 한잔 또 한잔 끝도 없거니 .. 2020. 2. 17. 박목월 시인 / 피지(皮紙) 외 3편 박목월 시인 / 피지(皮紙) 낸들 아나. 목숨이 뭔지 이랑 짧은 돌밭머리 모진 뽕나무 아베요 어매요 받들어 모시고 피지(皮紙) 같은 얼굴들이 히죽히죽 웃는 경상남북도 가로질러 물을 모아 흐르는 낙동강. -<경상도의 가랑잎>민중서관, 1968 박목월 시인 / 회귀심(回歸心) 어딜 가나, 나.. 2020. 2. 17. 서정주 시인 / 눈 오시는 날 외 4편 서정주 시인 / 눈 오시는 날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 2020. 2. 16. 오상순 시인 / 표류(表流)와 저류(底流)의 교차점 외 1편 오상순 시인 / 표류(表流)와 저류(底流)의 교차점 원제 : 표류(表流)와 저류(底流)의 교차점(交叉點) 비가 내린다 좌악 좍 내린다 내가 내린다 좌악 좍 내린다 비도 나도 아닌데 좌악 좍 내린다. 소리가 흐른다 좌알 좔 흐른다 내가 흐른다 좌알 좔 흐른다 소리가 내가 한결에 좔 좔 흐른다 .. 2020. 2. 16. 박목월 시인 / 침상(枕上) 외 3편 박목월 시인 / 침상(枕上) 그를 두고 옛날에는 시(詩)를 써 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머리맡에 조는 한밤의 램프여. 당시에 나는 그를 외로운 신부(新婦)라고 생각했다. 쓸쓸한 나의 자는 얼굴을 지켜주며 밤을 새우는. 그러나 이제 나는 단념했다. 나의 자는 얼굴을 지켜 줄 측은하게 어진 .. 2020. 2. 16. 서정주 시인 / 꽃 외 5편 서정주 시인 / 꽃 가신 이들의 헐떡이는 숨결로 곱게 곱게 씻기운 꽃이 피었다. 흐트러진 머리털 그냥 그대로, 그 몸짓 그 음성 그냥 그대로, 옛 사람의 노래는 여기 있어라. 오― 그 기름 묻은 머리빡 낱낱이 더워 땀 흘리고 간 옛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하늘 위에 있어라. 쉬어 가자 벗이여.. 2020. 2. 15. 오상순 시인 / 타는 가슴 외 1편 오상순 시인 / 타는 가슴 쥐어 뜯어도 시원치 못한 이내 가슴 애매한 권연초에 불을 붙인다 피울 줄도 모르면서 나는 가슴속 무겁게 잠긴 애수, 억울, 고뇌 뿌연 안갯가루 묻혀 내어다 허공중에 뿌려 다오 씻어 내 다오 나의 입 속에 빨려 들어오는 연기야 나와 함께 사라져 다오 유수(柔綏.. 2020. 2. 15. 박목월 시인 / 자수정(紫水晶) 환상 외 4편 박목월 시인 / 자수정(紫水晶) 환상 돌 안에 바다가 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혹은 자줏빛 치맛자락이 나부낀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눈을 감은 것은 감고 뜬 자는 뜨고 있다. 돌 안에 구름이 핀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혹은 원시의 불길이 타고 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치렁치렁한 성.. 2020. 2. 15. 서정주 시인 / 고려(高麗) 호일(好日) 외 5편 서정주 시인 / 고려(高麗) 호일(好日) 숙종 삼 년 시월 상달 휘영청히 밝은 날. 고려 땅에 죄수는 하나도 없어 감옥 속은 모조리 텡텡 비이고, 그 빈 자리 황국(黃菊)처럼 피는 햇살들. 그 햇살에 배어나는 단군의 웃음. 그 웃음에 다시 열린 하늘의 신시(神市)! 그 신시에 물들여 구운 청자들.. 2020. 2. 14. 오상순 시인 / 어둠을 치는 자(者) 외 1편 오상순 시인 / 어둠을 치는 자(者) 바다속처럼 깊은 밤 주검같이 고요한 어둠의 밤 희랍 조각(彫刻)에 보는 듯한 완강(頑强)히 용솟음치는 골육(骨肉)의 주인(主人) 젊음에 타는 그는 그 어둠 한가운데에 끝없고 한(限)없이 넓은 벌판 대지(大地) 위에 꺼질 듯이 두 발을 벌려 딛고 서서 힘의.. 2020. 2. 14.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