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천상병 시인 / 어머니 변주곡(變奏曲) 외 9편 천상병 시인 / 어머니 변주곡(變奏曲) 어릴적이었지만은 자가제(自家製) 연날기를 했단다. 유리가루를 연실줄에 묻혀서 날린다. 그러면 5,6세 연령인데도 오십미터 가까이 날아간다. 연날리기대회는 내 고향, 진도에서는 설날인가 했단다. 나는 중학생인 형님과 짝을 지어 관망(觀望)하면.. 2019. 6. 6. 박인환 시인 / 검은 강 외 1편 박인환 시인 / 검은 강 신(神)이란 이름으로서 우리는 최종(最終)의 노정(路程)을 찾아보았다. 어느 날 역전에서 들려오는 군대의 합창을 귀에 받으며 우리는 죽으러 가는 자와는 반대 방향의 열차에 앉아 정욕처럼 피폐한 소설에 눈을 흘겼다 지금 바람처럼 교차하는 지대 거기엔 일체의 .. 2019. 6. 5. 천상병 시인 / 새 외 9편 천상병 시인 /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 가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 2019. 6. 5. 박인환 시인 / 태평양에서 외 2편 박인환 시인 / 태평양에서 갈매기와 하나의 물체 고독 연월도 없고 태양도 차갑다 나는 아무 욕망도 갖지 않겠다 더욱이 낭만과 정서는 저기 부서지는 거품 속에 있어라 죽어간 자의 표정처럼 무겁고 침울한 파도 그것이 노할 때 나는 살아 있는 자라고 외칠 수 없었다 그저 의지의 믿음.. 2019. 6. 4. 천상병 시인 / 만추 외 9편 천상병 시인 / 만추 - 주일 내년 이 꽃을 이을 씨앗은 바람 속에 덧없이 뛰어들어 가지고, 핏발 선 눈길로 행방을 찾는다. 숲에서 숲으로, 산에서 산으로, 무전여행을 하다가 모래사장에서 목말라 혼이 난다. 어린 양 한 마리 돌아오다. 땅을 말없이 다정하게 맞으며, 안락의 집으로 안내한.. 2019. 6. 4. 박인환 시인 / 얼굴 외 2편 박인환 시인 / 얼굴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무엇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눈매을 닮은 한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엇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 밤에 .. 2019. 6. 3. 천상병 시인 / 넋 외 9편 천상병 시인 / 넋 넋이 있느냐 없느냐, 라는 것은, 내가 있느냐 없느냐고 묻는 거나 같다. 산을 보면서 산이 없다고 하겠느냐? 나의 넋이여 마음껏 발동해 다오. 내 몸의 모든 움직임은, 바로 내 넋의 발동일 것이니, 내 몸은 바로 넋의 가면이다. 비 오는 날 내가 다소 우울해지면, 그것은 .. 2019. 6. 3. 박인환 시인 / 세월이 가면 외 2편 박인환 시인 /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2019. 6. 2. 천상병 시인 / 꽃빛 외 9편 천상병 시인 / 꽃빛 손바닥 펴 꽃빛아래 놓으니 꽃빛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 몇일전 秘苑에서 본 그 꽃빛생각 절로 납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 열열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 제1부. 좋다 좋다 다좋다! 중(中) 천상병 시인 / 꽃의 位置에 대하여 꽃이 하등 이런 꼬락서니.. 2019. 6. 2. 김수영 시인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외 1편 김수영 시인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 2019. 6. 1. 천상병 시인 / 귀천 외 7편 천상병 시인 /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 . . ................ 2019. 6. 1. 김수영 시인 / 폭포(瀑布) 외 2편 김수영 시인 / 폭포(瀑布) 폭포 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 2019. 5. 31.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