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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천상병 시인 / 구름 외 8편 천상병 시인 / 구름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꽃 뭇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없이 목적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上空) 수놓네. 천상병 시인 / 국화꽃 오늘만의 밤은.. 2019. 5. 25.
김수영 시인 / 달나라의 장난 외 2편 김수영 시인 / 달나라의 장난 팽이가 돈다 어린아이이고 어른이고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워 물끄러미 보고 있기를 좋아하는 나의 너무 큰 눈 앞에서 아이가 팽이를 돌린다 살림을 사는 아이들도 아름다웁듯이 노는 아이도 아름다워 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손님으로 온 나는 이 집 주인과의 .. 2019. 5. 25.
천상병 시인 / 가족 외 10편 천상병 시인 / 가족 우리집 가족이라곤 1989년 나와 아내와 장모님과 조카딸 목영진 뿐입니다. 나는 나대로 원고료(原稿料)를 벌고 아내는 찻집 '귀천(歸天)'을 경영하고 조카딸 영진이는 한복제작으로 돈을 벌고 장모님은 나이 팔십인데도 정정 하시고... . 하느님이시여! 우리가족에 복을 .. 2019. 5. 24.
조향 시인 / 바다의 층계(層階) 조향 시인 / 바다의 층계(層階) 낡은 아코뎡은 대화를 관뒀읍니다 ――여보세요! <뽄뽄다리아> <마주르카> <디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受話器 女人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 2019. 5. 24.
정지용 시인 / 향수 외 2편 정지용 시인 /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 2019. 5. 23.
유치환 시인 / 행복 유치환 시인 /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 2019. 5. 23.
유치환 시인 / 생명의 서(書) 유치환 시인 / 생명의 서(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 2019. 5. 22.
신동엽 시인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외 2편 신동엽 시인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 2019. 5. 22.
이용악 시인 / 버드나무 외 5편 이용악 시인 / 버드나무 누나랑 누이랑 뽕 오디 따러 다니던 길가엔 이쁜 아가씨 목을 맨 버드나무 백년 기대리는 구렝이 숨었다는 버드나무엔 하루살이도 호랑나비도 들어만 가면 다시 나올 상 싶잖은 검은 구멍이 입 벌리고 있었건만 북으로 가는 남도치들이 산길을 바라보고선 그만 .. 2019. 5. 21.
김소월 시인 /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시인 /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1922년 1월, 《개벽》 19호에 발표) 김소월 [金素月 1902∼1934] 시인 1902년 평안북도 구성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정식이다. 오산 학교 중학부를 거.. 2019. 5. 21.
한용운 시인 / 님의 침묵 한용운 시인 /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 2019. 5. 20.
김광섭 시인 / 城北洞 비둘기 김광섭 시인 / 城北洞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 2019.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