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937

윤동주 시인 / 바람이 불어 외 2편 윤동주 시인 /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 2019. 6. 11.
주요한 시인 / 아침 황포강(黃浦江)가에서 외 2편 주요한 시인 / 아침 황포강(黃浦江)가에서 아침 황포강 가에서 기선이 웁디다 웁디다. 삼판은 보채고 기선이 웁디다 설운 소리로... 아침 황포강 가에서 물결이 웃읍디다 웃읍디다. 춤을 추면서 금비단 치마 입고 춤을 춥디다. 아침 황포강에서 안개가 거칩디다. 인사하면서 눈웃음 웃으며.. 2019. 6. 11.
주요한 시인 / 명령 외 2편 주요한 시인 / 명령 사랑이 오라 하면 불로라도 물로라도 아니 가오리까 사랑이 손짓하여 부르면 험한 것을 사양하오리까? 사랑이 오오 사랑이 나를 찾는다면 마중하러 먼 길을 아니 가오리까? 만나거든 다시는 떠나지 않도록 사랑이여 나더러 오라 하소서. 발벗은 채로 뛰어 가오리다. .. 2019. 6. 10.
홍사용 시인 / 이한(離恨) 홍사용 시인 / 이한(離恨) ―속, 민요 한 묶음 밥 빌어 죽을 쑤어서 열흘에 한 끼 먹을지라도 바삐나 돌아오소 속 못 채는 우리 님아 타나 애 썩는 가슴도 그 동안 벌써 아홉 해구려 내 나이 서른이면 어레 먹은 삼잎이라 아무려나 죽더라도 임자의 집 귀신이나 봄풀이 푸르러 지니 피리 소.. 2019. 6. 10.
김억 시인 / 물레 외 2편 김억 시인 / 물레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어제도 오늘도 흥겨이 돌아도 사람의 산 생(生)은 시름에 돈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외마디 겹마리 실마리 풀려도 꿈 같은 세상은 가두새 얽힌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언제는 실마리 감자던 도련님 인제는 못 풀어 날 .. 2019. 6. 9.
홍사용 시인 / 고초 당초 맵다한들 외 2편 홍사용 시인 / 고초 당초 맵다한들 충주 객사 들보 남글 도편수(都片手)는 아우 품 안에 든 어린 낭군 어이나 믿어 굽은 싸리 외서촌(外西村) 길 푸돌면 가두 가랑머리 시뉘 마음 그 누가 알리 목천(木川) 무명 청주(淸州) 나이 열두 새 길쌈 잉아 걸고 북 잡으니 가슴이 달캉 달캉달캉 우는 .. 2019. 6. 9.
오일도 시인 /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외 4편 오일도 시인 /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눈이여! 어서 내려다오. 저 황막한 벌판을 희게 덮게 하오. 차디찬 서리의 독배(毒杯)에 입술 터지고 무자비한 바람 때 없이 지내는 잔 칸질에 피투성이 낙엽이 가득 쌓인 대지의 젖가슴 포-트립 빛의 상처를. 눈이여! 어서 내려 다오 저어 앙상한 앞 .. 2019. 6. 8.
김억 시인 / 옛날 외 3편 김억 시인 / 옛날 잃어진 그 옛날이 하도 그리워 무심(無心)히 저녁 하늘 쳐다봅니다. 실낱같은 초순(初旬)달 혼자 돌다가 고요히 꿈결처럼 스러집니다. 실낱같은 초순(初旬)달 하늘 돌다가 고요히 꿈결처럼 스러지길래 잃어진 그 옛날이 못내 그리워 다시금 이 내 맘은 한숨 쉽니다. 안서.. 2019. 6. 8.
홍사용 시인 / 봄은 가더이다 외 2편 홍사용 시인 / 봄은 가더이다 봄은 가더이다 "거져 믿어라" 봄이나 꽃이나 눈물이나 슬픔이나 온갖 세상(世上)을, 거저나 믿을까? 에라 믿어라, 더구나 믿을 수 없다는 젊은이들의 풋사랑을 봄은 오더니만, 그리고 또 가더이다. 꽃은 피더니만, 그리고 또 지더이다. 님아 님아 울지 .. 2019. 6. 8.
박인환 시인 / 열차 외 2편 박인환 시인 / 열차 궤도 우에 철(鐵)의 풍경을 질주하면서 그는 야생(野生)한 신시대의 행복을 전개한다. ―스티븐 스펜더 폭풍이 머문 장거장 거기가 출발점 정력과 새로운 의욕 아래 열차는 움직인다 격동의 시간 꽃의 질서를 버리고 공규(空閨)한 너의 운명처럼 열차는 떠난다 검은 기.. 2019. 6. 7.
천상병 시인 / 청녹색 외 9편 천상병 시인 / 청녹색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산의 나무들은 녹색이고 하느님은 청녹색을 좋아하신는가 보다. 청녹색은 사람의 눈에 참으로 유익한 빛깔이다. 우리는 아껴야 하리. 이 세상은 유익한 빛깔로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천상병 시인 / 친구(親舊) 천가(千.. 2019. 6. 7.
박인환 시인 / 가을의 유혹 1편 박인환 시인 / 가을의 유혹 가을은 내 마음에 유혹의 길을 가리킨다 숙녀들과 바람의 이야기를 하면 가을은 다정한 피리를 불면서 회상의 풍경을 지나가는 것이다 전쟁이 길게 머물은 서울의 노대(露臺)에서 나는 모딜리아니의 화첩을 뒤적거리며 정막한 하나의 생애의 한시름을 찾아보.. 2019.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