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김영랑 시인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외 4편 김영랑 시인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뻔질한 은 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론 도론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영랑시집, 시문학사, 1935 김영랑 .. 2019. 6. 17. 박목월 시인 / 청노루 외 2편 박목월 시인 / 청(靑)노루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山)은 자하산(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 가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박목월 시인 / 모란 여정(餘情) 모란꽃 이우는 하얀 해으름 강을 건너는 청모시 옷고름 선.. 2019. 6. 17. 김영랑 시인 / 모란이 피기까지는 외 4편 김영랑 시인 /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 2019. 6. 16. 박목월 시인 / 산이 날 에워싸고 외 2편 박목월 시인 / 산이 날 에워싸고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짧은 산 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구름처.. 2019. 6. 16. 박목월 시인 / 난 외 2편 박목월 시인 / 난(蘭)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좀 여유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 받은 것을 돌려보냈으면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 포기 난(蘭)을 기르듯 애석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나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 2019. 6. 15. 박두진 시인 / 바다 외 2편 박두진 시인 / 바다 바다가 와락 달려든다. 내가 앉은 모래 위에... 가슴으로 벅찬 가슴으로 되어 달려 오는 푸른 바다! 바다는 내게로 오는 바다는 와락와락 거센 물결 날 데리러 어디서 오나! 귀가 열려 머언 바다에서 오는 소리에 자꾸만 내 귀가 열려 나는 일어선다. 일어서며 푸른 물 .. 2019. 6. 15. 박목월 시인 / 가정(家庭) 외 2편 박목월 시인 / 가정(家庭)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십 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 2019. 6. 14. 박두진 시인 / 산맥을 간다 외 3편 박두진 시인 / 산맥을 간다 얼룽진 산맥(山脈)들은 짐승들의 등빠디 피를 뿜듯 치달리어 산등성을 가자. 흐트러진 머리칼은 바람으로 다스리자. 푸른 빛 이빨로는 아침 해를 물자. 포효(咆哮)는 절규(絶叫). 포효로는 불을 뿜어, 죽어 잠든 골짝마다 불을 지르자. 가슴을 살이 와서 꽂힐지.. 2019. 6. 14. 춘원 이광수 / 육바라밀 외 6편 춘원 이광수 / 육바라밀 남에게는 아까운 것이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이 마음 거기서 나는 보시를 배웠노라 님께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지계를 배웠노라 님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이 마음 거기서 나는 인욕을 배웠노라 자.. 2019. 6. 13. 주요한 시인 / 남국의 눈 외 1편 주요한 시인 / 남국의 눈 푸른 나뭇잎에 내려 쌓이는 남국의 눈이 옵니다. 오늘 밤을 못 다 가서 사라질 것을 설운 꿈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을 푸른 가지 위에 피는 흰 꽃을 설운 꿈 같은 남국의 눈입니다. 젊은 가슴에 당치도 않은 남국의 때 아닌 흰눈입니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2019. 6. 13. 윤동주 시인 / 굴뚝 외 1편 윤동주 시인 / 굴뚝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웬 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 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 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 옛 이야기 한 거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짜기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 내 하늘과 바.. 2019. 6. 12. 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외 2편 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강남 제비 오는 날 새 옷 입고 꽃 꽂고 처녀 색시 앞뒤 서서 우리 누님 뒷산에 갔네. 가서 올 줄 알았더니 흙 덮고 금잔디 덮어 병풍 속에 그린 닭이 울더라도 못 온다네. 섬돌 위에 봉사꽃이 피더라도 못 온다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작자는 ".. 2019. 6. 12.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