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김기림 시인 / 꿈꾸는 眞珠여 바다로 가자 외 8편 김기림 시인 / 꿈꾸는 眞珠여 바다로 가자 마네킹의 목에 걸려서 까물치는 眞珠목도리의 새파란 눈동자는 南洋의 물결에 젖어 있고나. 바다의 안개에 흐려 있는 파―란 향수를 감추기 위하여 너는 일부러 벙어리를 꾸미는 줄 나는 안다나. 너의 말없는 눈동자 속에서는 열대의 태양 아래 .. 2019. 5. 7. 신석정 시인 / 선물 신석정 시인 / 선물 하늘가에 붉은빛 말없이 퍼지고 물결이 자개처럼 반짝이는 날 저녁해 보내는 이도 없이 초라히 바다를 건너갑니다 어슷어슷 하면서도 그림자조차 뵈이지 않는 어둠이 부르는 이 없이 찾아와선 아득한 섬을 싸고돕니다 주검같이 말없는 바다에는 지금도 물살이 웃음.. 2019. 5. 6. 유치환 시인 / 靜寂 유치환 시인 / 靜寂 불타는 듯한 정력에 넘치는 칠월달 한낮에 가만히 흐르는 이 정적이여 마당까에 굴러 있는 한 적다란 존재ㅡ 내려 쪼이는 단양 아래 점점히 쪼꾸린 적은 돌맹이여 끝내 말없는 내 넋의 말과 또 그의 하이함을 나는 너게서 보노니 해가 서쪽으로 기우러짐에 따러 그림.. 2019. 5. 6. 오장환 시인 / 목욕간 오장환 시인 / 목욕간 내가 수업료를 바치지 못하고 정학을 받아 귀향하였을 때 달포가 넘도록 청결을 하지 못한 내 몸을 씻어보려고 나는 욕탕엘 갔었지 뜨거운 물속에 왼몸을 잠그고 잠시 아른거리는 정신에 도취할 것을 그리어보며 나는 아저씨와 함께 욕탕엘 갔었지 아저씨의 말씀은.. 2019. 5. 5. 이용악 시인 / 패배자의 소원 이용악 시인 / 패배자의 소원 실직한 「마도로스」와 같이 힘없이 걸음을 멈췄다 ㅡ이 몸은 異域의 황혼을 등에 진 빨간 심장조차 빼앗긴 나어린 패배자(?)ㅡ 天使堂의 종소리! 한 줄기 애수를 테- ㅇ 빈 내 가슴에 꼭 찔러놓고 보이얀 고개(丘)를 추웁게 넘는다 ㅡ내가 미래에 넘어야 될..... 2019. 5. 5. 이장희 시인 / 봄은 고양이로다 외 4편 이장희 시인 / 봄은 고양이로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生氣가 .. 2019. 5. 4. 박인환 시인 / 거리 박인환 시인 / 거리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 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가 광선을 따라가고 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 운하의 물결에 씻겨갔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나간 날의 동화를 운율에 맞춰 거리에 화액(花液)을 뿌리자 따뜻한 풀잎은 젊은 너의 탄력같이 밤을 지구 .. 2019. 5. 4. 노천명 시인 / 밤의 讚美 노천명 시인 / 밤의 讚美 삶의 즐거움이여! 삶의 괴로움이여! 이제는 아우성소리 그쳐진 밤 죽은 듯 다 잠들고 고요한 깊은 밤 미움과 시기의 낙시눈도 감기고 원수와 사랑이 한가지 코를 고나니 밤은 거룩하여라 이 더러운 땅에서도 이밤만은 별 반짝이는 저 하늘과 그 깨끗함을ㅡ 그 향.. 2019. 5. 3. 이육사 시인 / 광야(曠野) 외 8편 이육사 시인 / 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서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2019. 5. 3. 조지훈 시인 / 古風衣裳 외 3편 조지훈 시인 / 古風衣裳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 2019. 5. 2. 박두진 시인 / 墓地頌 외 1편 박두진 시인 / 묘지송(墓地頌) 북망(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란 무덤들 외롭지 않어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髑髏)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ㅅ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太陽)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2019. 5. 2. 임화 시인 / 화가의 詩 임화 시인 / 화가의 詩 파열된 유리창 틈 밖 위엔 목 떨어진 노동자의 피비린내가 나고 은행소 벽돌담에는 처와 자식들의 마라 붙었든 껍질 춘절의 미풍으로 구렁이 탈같이 흐느적거린다. 추절의 풍경화는 나의「켄버스」위에서 이렇게 화려하고 양기 있게 되어간다. 유위한 청년 화가의.. 2019. 5. 1. 이전 1 ··· 74 75 76 77 78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