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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김현승 시인 /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외 1편 김현승 시인 /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아침 해의 祝福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크고 작은 琉璃窓들이 瞬間의 榮光답게 最後의 燦爛답게 빛이 어리었음은 저기 저 찬 하늘과 추운 地平線 위에 붉은 해가 피를 뿌리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어 그들의 恍惚한 심사가 멀리 바라보이.. 2019. 5. 1.
서정주 시인 / 벽(壁) 서정주 시인 / 벽(壁) 덧없이 바래보든 壁 에 지치어 불과 時計를 나란이 죽이고 어제도 내일도 오늘도 아닌 여긔도 저긔도 거긔도 아닌 꺼저드는 어둠속 반딧불처럼 까물거려 靜止한 「나」의 「나」의 서름은 벙어리처럼… 이제 진달래꽃 벼랑 햇볓에 붉게 타오르는 봄날이 오면 壁차.. 2019. 4. 30.
박목월 시인 / 길처럼 외 3편 박목월 시인 / 길처럼 머언 산(山)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산 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 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 나가다 ……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청록집, 을유문화사, 1946 박목월 시.. 2019. 4. 30.
박재삼 시인 / 攝理靜寂 외 1편 박재삼 시인 / 攝理靜寂 바위는 바위로 더불어 磐石의 부피를 갖고 모질게 서로 악물고 있었다. 고운 살결이 서로 닿는, 또는 입을 맞출 때 같은 感觸의 間隙이 마련되었다. 비로소 거기에서는 九天의 물이 스며나고 있었다. 아직 여울을 이루지는 않은, 그 스며나기 뿐인 물에서는 거품 .. 2019. 4. 29.
조향 / 初夜 조향 / 初夜 1940년 《매일신보》 신춘문예 당선시 조향(趙鄕 1917.12.9~1985.7.12) 1917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 본명은 섭제(燮濟). 시인 봉제(鳳濟)가 그의 동생. 진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대구사범학교 강습과를 졸업한 뒤, 1940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初夜〉가 당선되어 등단. 1941년 .. 2019. 4. 29.
김수영 시인 / 廟庭의 노래 김수영 시인 / 廟庭의 노래 1 南廟 문고리 굳은 쇠문고리 기어코 바람이 열고 열사흘 달빛은 이미 寡婦의 靑裳이어라 날아가던 朱雀星 깃들인 矢箭 붉은 柱礎에 꽂혀있는 半절이 過하도다 아아 어인 일이냐 너 朱雀의 星火 서리앉은 胡弓에 피어 사위도 스럽구나 寒鴉가 와서 그날을 울더.. 2019. 4. 29.
신동엽 시인 /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 신동엽 시인 /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大地) <序 話> 당신의 입술에선 쓰디쓴 물맛이 샘솟더군요, 잊지 못하겠어요. 몸양은 단 먹뱀처럼 애절하구 참 즐거웠어요, 여름날이었죠. 꽃이 핀 高原은 난 지나고 있었어요. 무성한 풀섶에서 소와 노닐다가, 당신은 꽃으로 날 불렀죠. 바다 .. 2019. 4. 28.
김광균 시인 / 가신 누님 외 1편 김광균 시인 / 가신 누님 누님은 가셨나요 바다를 건너 뛰-뛰-하는 큰 배 타고 머나먼 나라로 사랑하는 나를 두고 누님은 가셨나요 쓸쓸한 가을비 부실부실 오던 밤 희미한 촉불아래 고개를 베고 재미있는 옛 이야기 번갈아 하는 내 누님은 가셨나요 바다를 건너 달 밝은 밤 滿月臺(만월대.. 2019. 4. 28.
유치환 시인 / 예루살렘의 닭 외 1편 유치환 시인 / 예루살렘의 닭 오늘도 너는 嘲笑(조소)와 모멸로서 침 뱉고 뺨치며 위선이 善(선)을 능욕하는 그 부정 앞에 오히려 외면하며 회피하므로서 악에 가담하지 않았는가. 새벽이면 새벽마다 먼 예루살렘 성에 닭은 제 울음을 기일게 홰쳐 울고 내 또한 무력한 그와 나의 卑屈(비.. 2019. 4. 26.
전영경 시인 / 先史時代 외 1편 전영경 시인 / 先史時代 느티나무 위에 금속분처럼 쏟아지는 하늘이 있었 고 깨어진 석기와 더불어, 그 어느 옛날 옛날이 있었 고 금속분처럼 파아랗게 쏟아지는 햇볕 속에서 무던하게도 학살을 당한 것은 당신과 같은 흡사 당신과도 같은 포승 그대로의 주검이 있었 고 느티나무와 더불.. 2019. 4. 21.
신동문 시인 / 風船期 신동문 시인 / 風船期 ― 공군기지에서는 기상을 관측하기 위하여 풍선을 수시로 띄운다. 공기의 밀도가 희박한 고공으로 올라갈수록 팽창해 가던 풍선은 마침내 육안으로 보이지 않게 되면 터져버려서 사라지고 만다. 1호 초원처럼 넓은 비행장에 선 채 나는 아침부터 기진맥진한다. 하.. 2019. 4. 20.
천상병 시인 / 강물 천상병 시인 / 강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 2019.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