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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신동엽 시인 / 고향 외 4편 신동엽 시인 / 고향 하늘에 흰구름을 보고서 이 세상에 나온 것들의 고향을 생각했다 즐겁고저 입술을 나누고 아름다웁고저 화장칠해 보이고 우리 돌아가야 할 고향은 딴 데 있었기 때문...... 그렇지 않고서 이 세상이 이렇게 수선스럴 까닭이 없다 창작과비평, 1968. 여름호 신동엽 시인 / .. 2019. 8. 30.
임화 시인 / 우리 옵바와 화로 임화 시인 / 우리 옵바와 화로 사랑하는 우리 옵바 어적게 그만 그러케 위히시든 옵바의 거북문이 화로가 깨어젓서요 언제나 옵바가 우리들의 '피오니ㄹ' 족으로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이가 지구에 해가비친 할로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문이 화.. 2019. 8. 30.
김상용 시인 / 어미소 외 4편 김상용 시인 / 어미소 산성(山城)을 넘어 새벽 들이 온 길에 자욱자욱 새끼가 그리워 슬픈 또 하루의 네 날이 내[煙] 끼인 거리에 그므는도다. 바람 한숨 짓는 어느 뒷골목 네 수고는 서 푼에 팔리나니 눈물도 잊은 네 침묵(沈黙)의 인고(忍苦) 앞에 교만(驕慢)한 마음의 머리를 숙인다. 푸른.. 2019. 8. 29.
황석우 시인 / 봄 외 2편 황석우 시인 / 봄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날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땡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絃音) 감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細雨)야 달야. 황석.. 2019. 8. 29.
홍윤숙 시인 / 타관의 햇살 외 3편 홍윤숙 시인 / 타관의 햇살 석양(夕陽)이 먼 곳에서 혼자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객지(客地)에 있고 며칠이면 귀향(歸鄕)의 낡은 마차(馬車)가 이 마을 어귀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 먼저 여관(旅館) 뜰에 버려진 여름의 잔해(殘骸)를 실어낼 것이다. 잠잠히 떨고 섰는 안개 속의 .. 2019. 8. 29.
김상용 시인 / 물고기 하나 외 3편 김상용 시인 / 물고기 하나 웅뎅이에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 그는 호젓한 내 심사(心思)에 길렸다. 돌새, 너겁 밑을 갸웃거린들 지난밤 저 버린 달빛이 허무(虛無)로이 여직 비칠 리야 있겠니? 지금 너는 또 다른 웅뎅이로 길을 떠나노니 나그네 될 운명(運命)이 영원(永遠) 끝날 수 없는 까.. 2019. 8. 28.
함윤수 시인 / 수선화 함윤수 시인 / 수선화 슬픈 기억을 간직한 수선화 싸늘한 애수 떠도는 적막한 침실 구원의 요람을 찾아 헤메는 꿈의 외로움이여 창백한 무명지를 장식한 진주 더욱 푸르고 영겁의 고독은 찢어진 가슴에 낙엽처럼 쌓이다 함윤수 시인 (咸允洙,1916년-1984년) 목운(牧雲) 호는 목운(牧雲). 함경.. 2019. 8. 28.
한하운 시인 / 목숨 외 4편 한하운 시인 / 목숨 쓰레기통과 쓰레기통과 나란히 앉아서 밤을 새운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죽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눈 깜박하는 사이에 아직도 살아 있는 목숨이 꿈틀 만져진다. 배꼽 아래 손을 넣으면 37도의 체온이 한 마리의 썩어가는 생선처럼 뭉클 쥐어진다. 이 하나밖에 없는 나.. 2019. 8. 28.
김상용 시인 / 눈오는 아침 외 8편 김상용 시인 / 눈오는 아침 눈오는 아침은 가장 성(聖)스러운 기도(祈禱)의 때다. 순결(純潔)의 언덕 우 수묵(水墨)빛 가지가지의 이루어진 솜씨가 아름다워라. 연기는 새로 탄생(誕生)된 아기의 호흡(呼吸) 닭이 울어 영원(永遠)의 보금자리가 한층 더 따스하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 2019. 8. 27.
한용운 시인 / 선사(禪師)의 설법(說法) 외 3편 한용운 시인 / 선사(禪師)의 설법(說法)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끝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 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아프.. 2019. 8. 27.
조병화 시인 / 곁에 없어도 외 3편 조병화 시인 / 곁에 없어도 길을 다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 그 눈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 목숨 다하여 먼 날 우리 서로 같이 있지 못해도 그 생각 나를 찾으면 그 속에 내가 있으리 조병화 시인 / 개구리의 명상 16 사랑하며 배우며 가르치며 비바람 심한 이 거센 .. 2019. 8. 27.
김상용 시인 / 가을 외 5편 김상용 시인 / 가을 달이 지고 귀또리 울음에 내 청춘(靑春)에 가을이 왔다. 망향, 문장사, 1939 김상용 시인 / 괭이 넙적 무투룩한 쇳조각, 너 괭이야 괴로움을 네 희열(喜悅)로 꽃밭을 갈고, 물러와 너는 담 뒤에 숨었다. 이제 영화(榮華)의 시절(時節)이 이르러 봉오리마다 태양(太陽)이 빛.. 2019.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