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937

조병화 시인 / 해마다 봄이 되면 외 4편 조병화 시인 / 해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름 꿈을 .. 2019. 8. 18.
김동환 시인 / 거지의 꿈 외 5편 김동환 시인 / 거지의 꿈 헌 모자 헌 구두에 헌 양복 입고 다리 아래 졸고 있는 저 젊은 거지 왕이 될 꿈을 꾸나 장가갈 꿈꿔 아니네 아니네 왕도 장가 다 싫어 나팔 불고 북 치고 내다를 때에 앞장서서 만세 부를 그런 꿈꾸네. 삼인시가집, 삼천리사, 1929 김동환 시인 / 고독 구(舊)길 삼거리.. 2019. 8. 17.
조종현 시인 / 다부원(多富院)에서 외 2편 조종현 시인 / 다부원(多富院)에서 한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 2019. 8. 17.
조병화 시인 / 신년사(新年詩) 외 4편 조병화 시인 / 신년사(新年詩)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無限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大地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日月의 영원한 이 回轉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約束된 旅路를 동행.. 2019. 8. 17.
정훈 시인 / 밀고 끌고 외 2편 정훈 시인 / 밀고 끌고 날랑 앞에서 끌게 엄닐랑 뒤에서 미세요. 한 밭 사십리길 쉬엄쉬엄 가셔요. 밀다가 지치시면 손만 얹고 오셔요. 걱정말고 오셔요. 발소리 만 내셔요. 엄니만 따라오면 힘이 절로 난대요. 마늘 팔고 갈 제면 콧노래도 부를께요. 형은 총을 들고 저는 손수레의 채를 잡.. 2019. 8. 16.
정한모 시인 / 멸입(滅入) 외 2편 정한모 시인 / 멸입(滅入) 한 개 돌 속에 하루가 소리 없이 저물어 가듯이 그렇게 옮기어 가는 정연(整然)한 움직임 속에서 소조(蕭條)한 시야(視野)에 들어오는 미루나무의 나상(裸像) 모여드는 원경(遠景)을 흔들어 줄 바람도 없이 이루어 온 밝은 빛깔과 보람과 모두 다 가라앉은 줄기를 .. 2019. 8. 16.
김광균 시인 / 한등(寒燈) 외 3편 김광균 시인 / 한등(寒燈) 기울어진 경사(傾斜) 위에 걸려 있는 한등(寒燈)에 불이 켜지면 성북동 계곡에 밤이 내린다. 아― 그 가늘고 고단한 불빛. 겨울나무의 앙상한 가지 위에 까마귀 둥우리가 하나 있고 그 너머로 거리의 오색 등불이 껐다 켜진다. 무수한 세월에 등을 밀리어 나는 여.. 2019. 8. 15.
정한모 시인 / 어머니 1 외 2편 정한모 시인 / 어머니 1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 2019. 8. 15.
정인보 시인 / 자모사(慈母思) 정인보 시인 / 자모사(慈母思) 1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불고 잎 드는데 가신 님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히 기르신 아이 옷 품 준 줄 아소서 2 부른 배 골리보고 나은 얼굴 병만 여겨 하루도 열두 시로 곧 어떨까 하시더니 밤송인 쭉으렁*인 채 그지 달려 삽내다 3 동창에 해는 뜨나.. 2019. 8. 15.
김광균 시인 / 조화(弔花) 외 4편 김광균 시인 / 조화(弔花) 여기 호올로 핀 들꽃이 있어 자욱―히 내리는 안개에 잎사귀마다 초라한 등불을 달다 아련히 번지는 노을 저쪽에 소리도 없이 퍼붓는 어둠 먼― 종소리 꽃잎에 지다 아 저무는 들가에 소복히 핀 꽃 이는 떠나간 네 넋의 슬픈 모습이기에 지나던 발길 절로 멈추어.. 2019. 8. 14.
정인보 시인 / 근화사 삼첩 외 2편 정인보 시인 / 근화사 삼첩 신시(神市)로 내린 우로(雨路)꽃 점진*들 없을쏘냐? 왕검성(王儉城) 첫 봄 빛에 피라시니 무궁화(無窮花)를 지금도 너곧 대(對)하면 그제런듯 하여라. 저 메는 높고 높고 저 가람은 예고 예고, 피고 또 피오시니 번으로써 세오리까? 천만 년(千萬年) 무궁(無窮)한 .. 2019. 8. 14.
장서언 시인 / 이발사의 봄 장서언 시인 / 이발사의 봄 봄의 요정들이 단발하려 옵니다. 자주공단 웃을 입은 고양이는 졸고 있는데 유리창으로 스며드는 프리즘의 채색을 면사인 양 덮어 줍니다. 늙은 난로는 가맣게 묵은 담뱃불을 빨며 힘없이 쓰러졌읍니다. 어항 속에 금붕어는 용궁으로 고향으로 꿈을 따르고 젊.. 2019.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