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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김광균 시인 / 야차(夜車) 외 4편 김광균 시인 / 야차(夜車) 모두들 눈물지우며 요란히 울고 가고 다시 돌아오는 기적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라 내 폐가(廢家)와 같은 밤차에 고단한 육신을 싣고 몽롱한 램프 위에 감상(感傷)은 자욱―한 안개가 되어 내리나니 어디를 가도 뇌수를 파고드는 한 줄기 고독 절벽 가까이 기적은.. 2019. 8. 13.
이한직 시인 / 높새가 불면 외 3편 이한직 시인 / 높새가 불면 높새가 불면 당홍 연도 날으리 향수는 가슴 깊이 품고 참대를 꺾어 지팽이 짚고 짚풀을 삼아 짚세기 신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슬프고 고요한 길손이 되오리 높새가 불면 황 나비도 날으리 생활도 갈등도 그리고 산술도 다 잊어버리고 백화(白樺)를 깎아 묘표(.. 2019. 8. 13.
이은상 시인 / 사랑 외 4편 이은상 시인 / 사랑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말진 부디마오 타고 다시 타서 재될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쓸 곳이 없소이다. 반타고 꺼질진댄 아예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 초차 마저 탐이 옳소이다 이은상 시인 / 봄처녀 봄 처녀 제 오시.. 2019. 8. 13.
김광균 시인 / 산 1 외 4편 김광균 시인 / 산 1 꿈 속에 아아(娥娥)한 연봉(連峰)이 솟아 있더니 아침에 침묵의 계곡에서 올라오는 안개 속에 산은 서 있다. 영원을 향하여 길길이 누워 끝없는 산들 솔개미 하나 안 뜬 하늘 저쪽에 그 끝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어두워 오는 황혼에 산들은 되돌아온다. 낙조에.. 2019. 8. 12.
이한직 시인 / 동양의 산 외 2편 이한직 시인 / 동양의 산 비쩍 마른 어깨가 항의하는 양 날카로운 것은 고발 않고는 못 참는 애달픈 천품을 타고난 까닭일게다. 격한 분화의 기억을 지녔다. 그 때는 어린 대로 심히 노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물은 해마다 헛되이 뿌리를 박았으나 끝내 살림은 이루지 못하였다. 지.. 2019. 8. 12.
이은상 시인 / 가고파(2) 외 4편 이은상 시인 / 가고파 -내 마음 가 있는 그 벗에게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든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데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 2019. 8. 12.
김광균 시인 / 복사꽃과 제비 외 4편 김광균 시인 / 복사꽃과 제비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위로 은빛 마차 .. 2019. 8. 11.
이은상 시인 / 가고파 외 4편 이은상 시인 / 가고파 내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 2019. 8. 11.
이병기 시인 / 고향으로 돌아가자 외 3편 이병기 시인 / 고향으로 돌아가자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 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봅시다. 삼베 무명 옷 .. 2019. 8. 11.
김광균 시인 / 대낮 외 4편 김광균 시인 / 대낮 칸나의 입술을 바람이 스친다 여윈 두 어깨에 햇빛이 곱다 칸나의 꽃잎 속엔 죽은 동생 서러운 얼굴 머리를 곱게 빗고 연지를 찍고 두 눈에 눈물이 고이어 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대낮 비인 마당 한구석에서 우리 둘은 쓸쓸히 웃는다 기항지, 정음사, 1947 김광균 시인.. 2019. 8. 10.
이병기 시인 / 아차산 외 4편 이병기 시인 / 아차산 고개 고개 넘어 호젖은 하다마는 풀섭 바위 서리 빨간 딸기 패랭이꽃. 가다가 다가도 보며 휘휘한 줄 모르겠다. 묵은 기와 쪽이 발끝에 부딪히고, 성을 고인 돌은 검은 버섯 돋아나고, 성긋이 벌어진 틈엔 다람쥐나 넘나든다. 그리운 옛날 자취 물어도 알 이 없고 벌.. 2019. 8. 10.
윤곤강 시인 / 피리 외 2편 윤곤강 시인 / 피리 보름이라 밤 하늘의 달은 높이 현 등불 다호라 임하 호올로 가오신 임하 이 몸은 어찌호라 외오 두고 너만 혼자 홀홀히 가오신고. 아으 피맺힌 내 마음 피리나 불어 이 밤 새오리 숨어서 밤에 우는 두견새처럼 나는야 밤이 좋아 달밤이 좋아. 이런 밤이사 꿈처럼 오는 .. 2019.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