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조병화 시인 / 밤의 이야기 20 외 4편 조병화 시인 / 밤의 이야기 20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 2019. 8. 22. 김동환 시인 / 선구자 외 4편 김동환 시인 / 선구자 눈이 몹시 퍼붓는 어느 해 겨울이었다. 눈보라에 우는 `당나귀[驢馬]'를 이끌고 두만강녘까지 오니, 강물은 얼고 그 위에 흰 눈이 석 자나 쌓였었다. 인적은 없고, 해는 지고― 나는 몇 번이고 돌아서려 망설이다가 대담하게 얼음장 깔린 강물 위를 건넜다. 올 때 보니.. 2019. 8. 21. 주요한 시인 / 봄달 잡이 외 2편 주요한 시인 / 봄달 잡이 봄날에 달을 잡으러 푸른 그림자를 밟으며 갔더니 바람만 언덕에 풀을 스치고 달은 물을 건너 가고요--- 봄날에 달을 잡으러 금물결 해치고 저어갔더니 돌 씻는 물소리만 적적하고 달은 들 너머 재 너머 기울고요--- 봄날에 달을 잡으러 '밤'을 기어 하늘에 올랐더.. 2019. 8. 21. 조병화 시인 / 사랑하면 외 4편 조병화 시인 / 사랑하면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서로 알게 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한 인연이려니 이러다가 이별이 오면 그만큼 서운해지려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슬픔이 되려니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알게 되어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것도 어쩔수 없는 한 운명이라 여겨지려니 .. 2019. 8. 21. 김동환 시인 / 봄놀이 외 4편 김동환 시인 / 봄놀이 칼로 썬 청포 두부에 컬컬히 뱉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서 태극선으로 땀을 들이면서 그 하루를 보내니 봄날은 어느새 꿈 속에 흐르더라. 대밭을 거닐며 왕참대 꺾어 구멍을 뚫어 피리를 부니 돌각담에 샛별이 앉은 것도 내 몰라라 봄날은 오는 듯 가는 듯 자취조차 .. 2019. 8. 20. 조지훈 시인 / 병에게 외 4편 조지훈 시인 / 병에게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 2019. 8. 20. 조병화 시인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외 4편 조병화 시인 /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 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 2019. 8. 20. 김동환 시인 / 바람은 남풍 외 4편 김동환 시인 / 바람은 남풍 바람은 남풍 시절은 사월 보리밭역에 종달새 난다. 누구가 누구가 부르는 듯 앞내 강변에 내달아보니 하―얀 버들꽃 웃으며 손질하며 잡힐 듯 잡힐 듯 날아나 버린다 바람이야 남풍이지, 시절이야 사월이지, 온종일 강가서 버들꽃 잡으러 오르내리노라. 해당화.. 2019. 8. 19. 조지훈 시인 / 흙과 바람 외 4편 조지훈 시인 / 흙과 바람 흙으로 빚어졌음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리 바람으로 불어넣었음 마침내 바람으로 돌아가리 멀디 먼 햇살의 바람사이 햇살속 바람으로 나부끼는 흙의 티끌 홀로서 무한영원 별이되어 탈지라도 말하리 말할 수 있으리 다만 너 살아 생전 살의살 뼈의 뼈로 영혼 깊.. 2019. 8. 19. 조병화 시인 / 초상 외 4편 조병화 시인 / 초상 내가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러운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 2019. 8. 19. 김동환 시인 / 딸 삼형제 외 4편 김동환 시인 / 딸 삼형제 옛적에 이(李)정승이 딸 삼형제 뒀―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맏딸은 이쁜데 후원서 글 읽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둘째딸은 얌전한데 사랑서 명주 짜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셋째딸은 어진데 나무신 신고 물 긷지, 그렇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 2019. 8. 18. 조종현 시인 /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외 3편 조종현 시인 /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서면 나는 아직도 짐승이로다. 인생은 항시 멀리 구름 뒤에 숨고 꿈결에도 아련한 피와 고기 때문에 나워 아직도 괴로운 짐승이로다. 모래밭에 누는서 햇살 쪼이는 꽃조개같이 어두운 무덤을 헤매는 망령(亡靈)인 듯 가련.. 2019. 8. 18.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