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노자영 시인 / 불 사루자 외 3편 노자영 시인 / 불 사루자 아, 빨간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피, 나의 뼈, 나의 살! < 전적(全的)>자아를 모두 태워 버리자! 아, 강한 불을 던지라, 나의 몸 위에 그리하여 모두 태워 버리자 나의 몸에 붙어 있는 모든 애착, 모든 인습 그리고 모든 설움 .. 2019. 8. 1. 김용호 시인 / 가을의 동화(童話) 외 3편 김용호 시인 / 가을의 동화(童話)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 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젓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로 불어 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 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소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 2019. 8. 1. 이하윤 시인 / 들국화 외 2편 제목 없음 이하윤 시인 / 들국화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 2019. 7. 31. 임화 시인 / 암흑의 정신 외 2편 임화 시인 / 암흑의 정신 대양과 같이 푸른 잎새를, 그 젊은 수호졸(守護卒) 만산(滿山)의 초화(草花)를, 돌바위 굳은 땅 속에 파묻은 바람은, 이제 고아인 벌거벗은 가지 위에 소리치고 있다. 청춘에 빛나던 저 여름 저녁 하늘의 금빛 별들도 유명(幽冥)의 하늘 저쪽에 흩어지고, 손톱같이 .. 2019. 7. 31. 김경린 시인 / 화장한 연대(年代)를 위하여 외 1편 김경린 시인 / 화장한 연대(年代)를 위하여 오늘도 전쟁으로 인하여 피로한 나의 이미지에 가을비가 내리고 경사진 가로(街路)와 그렇게도 못잊었던 애정에 균열(龜裂)이 생길까 하여 때로는 부질없는 안일의 지대를 찾아보기도 하였다 선전삐라처럼 질주하는 윤전기와 군용열차의 폭음.. 2019. 7. 31. 임화 시인 / 새 옷을 갈아 입으며 외 2편 임화 시인 / 새 옷을 갈아 입으며 젊은 아내의 부드런 손길이 쥐어짠 신선한 냇물이 향그런가? 하늘이 높은 가을, 송아지떼가 참새를 쫓는 마을 언덕은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냐만, 고혹적인 흙내가 나의 등골에 전류처럼 퍼붓고 지나간 것은, 어째서 고향의 불행한 노래뿐이냐? 언제부.. 2019. 7. 30. 김경린 시인 / 태양(太陽)이 직각(直角)으로... 외 3편 김경린 시인 / 태양(太陽)이 직각(直角)으로... -태양(太陽)이 직각(直角)으로 떨어지는 서울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의 거리는 프라타나스가 하도 푸르러서 나의 심장마저 염색될까 두려운데 외로운 나의 투영을 깔고 질주하는 군용트럭은 과연 나에게 무엇을 가져왔나 비둘기처.. 2019. 7. 30. 박남수 시인 / 손 외 4편 박남수 시인 / 손 物像이 떨어지는 瞬間 휘뚝, 손은 기울며 虛空에서 기댈 데가 없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은 所有하고 또 놓쳐왔을까. 잠간씩 가벼보는 虛無의 體積. 그래서 손은 怒하면 주먹이 된다. 주먹이 풀리면 손바닥을 맞부비는 따가운 祈願이 된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손은 빈 .. 2019. 7. 30. 임화 시인 / 밤 갑판 위 외 2편 임화 시인 / 밤 갑판 위 너른 바다 위엔 새 한 마리 없고, 검은 하늘이 바다를 덮었다.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배는 한곳에 머물러 흔들리기만 하느냐? 별들이 물결에 부딪쳐 알알이 부서지는 밤, 가는 길조차 헤아릴 수 없이 밤은 어둡구나! 그리운 이야 그대가 선 보리밭 위에 제비.. 2019. 7. 29. 김경린 시인 / 오후의 예절 외 3편 김경린 시인 / 오후의 예절 비늘 돋친 오후에도 물결처럼 빛깔을 헤치며 흐르는 그림자가 있어 나는 슬프지 않아도 좋았다 돌아오지 않는 원주(圓周)처럼 물결 이는 나의 위치에서 수많은 에고이즘과 고갈된 휴매니티와의 교차를 바라보며 때로는 모랫벌 위의 나비처럼 전쟁을 잊어버리.. 2019. 7. 29. 박남수 시인 / 맨하탄의 갈매기 외 2편 박남수 시인 / 맨하탄의 갈매기 맨하탄 어물시장에 날아드는 갈매기 끼룩끼룩 울면서 서럽게 서럽게 날고 있는 핫슨 강의 갈매기여 고층건물 사이를 길 잘못들은 갈매기 부산 포구에서 끼룩 끼룩 서럽게 서럽게 울던 갈매기여 눈물 참을 것 없이 두보처럼 두보처럼 난세를 울자 슬픈 비.. 2019. 7. 29. 임화 시인 / 들 외 2편 임화 시인 / 들 눈알을 굴려 하늘을 쳐다보니, 참 높구나, 가을 하늘은 멀리서 둥그런 해가 네 까만 얼굴에 번쩍인다. 네가 손등을 대어 부신 눈을 문지를 새, 어느 틈에 재바른 참새놈들이 푸르르 깃을 치면서 먹을 콩이나 난 듯, 함빡 논 위로 내려앉는다. 휘어! 손뼉을 치고 네가 줄을 흔.. 2019. 7. 28. 이전 1 ··· 57 58 59 60 61 62 63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