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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신동엽 시인 / 너에게 외 1편 신동엽 시인 / 너에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진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순터 새 순 돋듯 허구많은 자연 중(自然中) 너는 이 근처 와 살아라. -<창작과 비평>(1970)- 신동엽 시인 / 산에 언덕에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 2019. 7. 20.
서정주 시인 / 견우의 노래 외 6편 서정주 시인 / 견우의 노래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 2019. 7. 20.
백석 시인 / 월림(月林)장 외 4편 백석 시인 / 월림(月林)장 `자시동북팔십천희천(自是東北八○천희川)'의 팻말이 선 곳 돌능와집에 소달구지에 싸리신에 옛날이 사는 장거리에 어느 근방 산천에서 덜거기 껙껙 건방지게 운다 초아흐레 장판에 산 멧도야지 너구리가죽 튀튀새 났다 또 가얌에 귀이리에 도토리묵 도토리범.. 2019. 7. 19.
백석 시인 / 국수 외 4편 백석 시인 /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 2019. 7. 19.
박재삼 시인 / 밤바다에서 외 5편 박재삼 시인 / 밤 바다에서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질정(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 2019. 7. 19.
백석 시인 / 여우난골 외 4편 백석 시인 / 여우난골 박을 삶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오른 지붕 위에 하늘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건넛마을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왔다 노란 싸릿잎이 한 불 깔린 토방에 햇츠ㄺ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 2019. 7. 18.
박목월 시인 / 나무 외 3편 박목월 시인 / 나무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 2019. 7. 18.
박두진 시인 / 꽃 외 2편 박두진 시인 / 꽃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시집 <거미와 성.. 2019. 7. 18.
백석 시인 / 산중음(山中吟) 외 4편 백석 시인 / 산중음(山中吟) □ 산숙(山宿) 여인숙이라도 국수집이다 모밀가루 포대가 그득하니 쌓인 웃간은 들믄들믄 더웁기도 하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워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어 보며 이 산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 2019. 7. 17.
김현승 시인 / 가을의 기도 외 6편 김현승 시인 /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2019. 7. 17.
김소월 시인 / 가는길 외 4편 김소월 시인 /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1923.10)- 김소월 시인 / 길 어제도 하.. 2019. 7. 17.
백석 시인 /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외 4편 백석 시인 / 넘언집 범 같은 노큰마니 황토 마루 수무나무에 얼럭궁덜럭궁 색동헝겁 뜯개조박 뵈짜배기 걸리고 오쟁이 끼애리 달리고 소삼은 엄신 같은 딥세기도 열린 국수당 고개를 몇 번이고 튀튀 침을 뱉고 넘어가면 골 안에 아늑히 묵은 영동이 무겁기도 할 집이 한 채 안기었는데 집.. 2019.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