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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김동환 시인 / 국경의 밤 김동환 시인 / 국경의 밤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 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금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가며 속.. 2019. 7. 16.
김광균 시인 / 성호부근 외 1편 제목 없음 김광균 시인 / 성호부근(星湖附近) Ⅰ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래가 날카로운 호적(呼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바람이 이마에 나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 2019. 7. 16.
백석 시인 / 광원(曠原) 외 2편 백석 시인 / 광원(曠原) 흙꽃 이는 이른 봄의 무연한 벌을 경편철도(輕便鐵道)가 노새의 맘을 먹고 지나간다 멀리 바다가 뵈이는 가정거장(假停車場)도 없는 벌판에서 차(車)는 머물고 젊은 새악시 둘이 내린다 사슴, (자가본), 1936 백석 시인 / 구장로(球場路) 삼리(三里) 밖 강(江) 쟁변엔 .. 2019. 7. 15.
신석정 시인 /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외 2편 신석정 시인 / 나의 꿈을 엿보시겠읍니까? 햇볕이 유달리 맑은 하늘의 푸른 길을 밟고 아스라한 산 너머 그 나라에 나를 담쑥 안고 가시겠읍니까? 어머니가 만일 구름이 된다면..... 바람 잔 밤하늘의 고요한 은하수를 저어서 저어서 별나라를 속속들이 구경시켜 주실 수가 있습니까? 어머.. 2019. 7. 15.
서정주 시인 / 화사(花蛇) 외 3편 서정주 시인 / 화사(花蛇)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물.. 2019. 7. 15.
백석 시인 / 개 외 3편 백석 시인 / 개 접시 귀에 소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주까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가웁다 이 무서운 밤을 아래웃방성 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개는 짖는다 낮배 어느메 치코에 꿩이라도 걸려서 산(山)너머 국수집에 국수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있어도 개.. 2019. 7. 14.
신석정 시인 / 산수도(山水圖) 외 3편 신석정 시인 / 산수도(山水圖)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 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어...... 햇볕 어린 가지 끝에 산새 쉬고 흰 구름 한가히 하늘을 지난다. 산가마귀 소리 골짝에 잦은데 등 너머 바람이 넘어 닥쳐 와...... 굽어든 숲길을 돌아서 시내물 여운 옥인 듯 맑아라. 푸른 산 푸른 산이 .. 2019. 7. 14.
서정주 시인 / 꽃밭의 독백 외 3편 서정주 시인 / 꽃밭의 독백(獨白) - 사소 단장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간 되돌아오고, 네 발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鷹]로 잡은 산새들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開闢)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2019. 7. 14.
조향 시인 / 크세나키스 셈본 외 2편 조향 시인 / 크세나키스 셈본 불 붙는 구레나룻. 직선은 구우텐베르크다. 하아얀 월요일. 혹독한 계절에. `모든 동맥의 절단면에서 검은 아스팔트의 피를 떨어뜨리는 도시(都市)' 아자(亞字) 창(窓). 백 밀러. 까아만. 눈동자가. 안으로. 에메랄드의 층계. 내려 가면. 메스카린의 환각(幻覺).. 2019. 7. 13.
오상순 시인 / 첫날밤 오상순 시인 / 첫날밤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漁族)인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에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2019. 7. 13.
서정주 시인 / 춘향 외 3편 서정주 시인 / 춘향 도령님, 그 날이 端午날 이었나 보옵니다. 廣寒樓 草綠게와 물결친 지붕우에 魂伶 같은 제비가 미끄러져 나부끼든 그대 그때는 그져 아득 하였나이다. 언덕 넘어 말방울 소리도 찬란히... 내 산 靈魂에 도장 찍고 가옵시는 기쁨 이랄까 슬픔 이랄까 가슴이 항만하여 향.. 2019. 7. 13.
조향 시인 / 성(聖)바오로 병원(病院)의…… 외 2편 조향 시인 / 성(聖)바오로 병원(病院)의…… 성(聖)바오로 병원의 때묻은 우울한 석고상(石膏像)을 왼편으로 흘겨 보면서. 나는 아침마다 펼쳐진 서울의 퀴퀴한 내장(內臟)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래도 화려한 액센트 서콘플렉스(accent circonflexe)를 쓰고 다니는 요족(凹族)들의 계절은 와 .. 2019.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