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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김경린 시인 / 서울은 야생마처럼 거인처럼 외 3편 김경린 시인 / 서울은 야생마처럼 거인처럼 새벽 네 시의 서울은 분지의 윤곽만 살아 있을 뿐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표지등과 같이 유난히도 반짝이는 수은등은 거리와 구릉과 골짜기를 불태우는 별이라 해둡시다 어둠 속의 그 많은 재화와 권력과 사랑을 내장한 채 잠자는 건.. 2019. 7. 28.
박남수 시인 / 잉태 외 2편 박남수 시인 / 잉태(孕胎) 감탕을 먹고 탄생하는 연꽃의 아기가 이끼 낀 연못에 웃음을 띄운다. 지금 한창 별을 빨고 있는 이승의 뒷녘에서는 외롭게 떨어져 가는 낙일(落日)의 후광 구천(九天)에 뿜는 놀의 핵심에서 부신 상(像)이 타면 나는 어둠에 연소하는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신의 .. 2019. 7. 28.
임화 시인 / 다시 인젠 천공에 성좌가… 외 1편 임화 시인 / 다시 인젠 천공에 성좌가... 원제 : 다시 인젠 천공(天空)에 성좌(星座)가 있을 필요가 없다 바다, 어둔 바다, 쭉 건너간 수평선 위, 다시 인젠 별들이 깜박일 필요는 없다. 파도 위 하늘 아래, 일찍이 용사이었던. 그러니라…… ―뱃머리를 돌려라, 돛을 꼬부리고. 남풍이다. 에.. 2019. 7. 27.
김경린 시인 / 무거운 지축을 외 3편 김경린 시인 / 무거운 지축을 낯설은 빛깔들의 회화가 선회하는 거리와 거리에서 5월은 발자욱도 없이 시끄러운 공간을 향하여 기울어져 갔다 오랜 시간의 꿈을 이마에 얹고 펼쳐지는 역사앞에 두 쪽으로 갈려진 나의 육체를 두드려 보아도 오 대답없는 음향아래 쏟아지는 아침은 멀다 .. 2019. 7. 27.
박남수 시인 / 새 외 2편 박남수 시인 / 새 1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2019. 7. 27.
임화 시인 / 눈물의 해협 외 1편 임화 시인 / 눈물의 해협 아기야, 너는 자장가도 없이 혼곤히 잔다. 너는 인제서야 잠이 들었다만, 너무나 오랫동안 보채어, 좁은 목이 칼칼하니 쉬었다. 너는 오늘밤 이 해협 위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일의 단 한 가지 의미도 깨닫지 못하고 잔다. 바람이 지금 바다 위에서 무엇을 저지.. 2019. 7. 26.
김경린 시인 / 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외 3편 김경린 시인 / 국제열차(國際列車)는 타자기(打字機)처럼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가고 보라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 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 2019. 7. 26.
박남수 시인 / 마을 외 3편 박남수 시인 / 마을 외로운 마을이 나른나른 오수(午睡)에 조을고 넓은 마을에 솔개미 바람개비처럼 도는 날...... 뜰 안 암탉이 제 그림자 쫓고 눈알 대록대록 겁을 삼킨다 초롱불, 삼문사, 1940 박남수 시인 / 종소리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 2019. 7. 26.
임화 시인 / 낮 외 2편 임화 시인 / 낮 내가 자동차에 실려 유리창으로 내다보던 저 건너 동산도 벌써 분홍빛 저고리를 벗어 던지고, 넓다란 푸른 이파리가 물고기처럼 흰 뱃바디를 보이면서, 제법 살았소 하는 듯이 너울거린다. 어느새 여름도 짙었는가 보다. 그러기에 내가 이 절에 올 때엔, 겨우 터를 닦고 재.. 2019. 7. 25.
박남수 시인 / 봄의 幻覺 외 3편 제목 없음 박남수 시인 / 봄의 幻覺 복사꽃 피면 복사꽃 내음새가 발갛게 일렁이는 시골에서 하품을 하다가 놋방울이 흔들리면 꼬리 한번 치고 황소는 취할 듯이 꽃잎을 먹고 육자배기 한 가락, 음매...... 얼굴을 쳐들면 들녘이 붉은 저편에, 시커먼 汽動車가 뽀오 지나가는 봄이 있었다. .. 2019. 7. 25.
김광섭 시인 / 가는 길 외 1편 김광섭 시인 / 가는 길 내 홀로 지킨 딴 하늘에서 받아들인 슬픔이라 새길까 하여 지나가는 불꽃을 잡건만 어둠이 따라서며 재가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 한 많은 이 한 줌 재마저 사라지면 외론 길에서 벗하던 한 줄기 눈물조차 돌아올 길 없으리. 산에 가득히 …… 들에 펴듯이 …… 꽃은 .. 2019. 7. 25.
임화 시인 / 길 외 2편 임화 시인 / 길 부제: 지금은 없는 전사 김치정(金致程) 동무에게 호올로 돌아가는 길가에 밤비는 차거워 걸음 멈추고 돌아보니 회관 불빛 멀리 스러지고 집집 문은 굳이 잠겨 길이 멀어 외로운가 생각하니 말 실행할 의무 무거워 공복과 더불어 곤함이 등골에 사모친다. 말 두렵지 않고 .. 2019.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