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완 시인 / 창가에서 외 1편
조병완 시인 / 창가에서 화분의 고춧대는 하얀 별모양 꽃을 늘려갔, 살아난 금낭화가 처음으로 꽃등을 세 개 매달았, 일일초는 지고 또 피고 양란도 향기 없는 꽃을 벌렸, 화분에서 흙 밖으로 나온 새끼 지네 한 마리는 살해되었, 맥주잔에 빠진 초파리 한 마리도 살해되었,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토막 난 채로 안주가 되었, 대나무 가지 몇 개도 잘려 쓰레기봉투에 담겼, 오늘이 생의 끝날이 된 것들에게 아무도 축배하지 않았, 다육이의 말라 가는 맨 아래 잎이 미세하게 더 쭈그러졌, 시집은 읽히지 않고 펼쳐진 채 햇살을 받았, 창밖엔 어제처럼 배달오토바이가 지나다녔, 김밥집 앞에 뒷문이 열린 택배트럭이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 여자애 몇이 쫑알쫑알 까르르르 단역처럼 지나갔, 이 창안에는 강요도 시샘도 자비도 슬픔도 ..
2022.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