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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돌보기] (2) 주님, 찬미받으소서 [공동의 집 돌보기-생태적 회개의 여정] (2) 주님, 찬미받으소서 전 세계 향한 교황의 질문 “공동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가톨릭신문 2022-08-28 [제3308호, 11면] 2015년 발표된 회칙 「찬미받으소서」 교회 안팎서 꾸준히 주목 받아 프란치스코 성인 ‘태양의 찬가’ 인용 ‘모든 생명과 친교’ 성인 영성 반영 ‘통합생태론’ 중요성 세계에 알리고 ‘생태적 회개’ 의미와 필요성 일깨워 올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첫 해 교황청 인간발전부, 플랫폼 구축해 더 많은 신자들의 행동·참여 촉구 이탈리아 아시시 산 다미아노 수도원 인근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양의 찬가를 노래한 장소. 태양의 찬가를 노래하던 성인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 2022. 8. 29.
박홍 시인 / 별자리를 보다 외 2편 박홍 시인 / 별자리를 보다 아이들 다녀간 방에 불이 켜져 있다 들어가 불을 끄자 천정에 밤의 별자리가 야광 색으로 떠오른다 아, 내가 모르고 있던 별자리들 밤하늘이 지구를 보여 준다 파들 파들 눈꺼풀처럼 떨리는 손자별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처럼 고추를 내보이고 있다 꼬불 꼬불 손가락이 엄마별에 가 닿으려고 한다 암흑 물질이 질펀한 우주에 반짝이는 별들, 새끼별들 괜찮을까 서로가 자전과 공전처럼 돌았다 밥을 같이 먹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같이 놀았던 기억도 없다 잠깐씩, 순간순간 달의 앞으로 지나갈 때처럼 달의 뒷면이 궁금했지만 익숙한 표정들을 확인하면서 안도했을 뿐이다 새벽부터 가게를 여는 아내는 아내대로 퇴근하자마자 허겁지겁 글에 매달려 끙끙거리는 나는 나대로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버둥거리고 있.. 2022. 8. 29.
[전례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 (17) 음악의 지지대 [전례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 (17) 음악의 지지대 – 베이스 몸을 지지해주는 발처럼, 음악이 나아갈 수 있도록 ‘기초’ 잡아줘 가톨릭신문 2022-08-28 [제3308호, 13면] 곡의 화음에 가장 기본적 역할 성가 합창곡에서 중요성 더욱 부각 바로크 시대, 악보에 베이스 음 기록 독일 레겐스부르크 교회음악대학 고음악 연습실의 게네랄바스 건반악기들. 정신없이 보낸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이곳에서 하루하루 큰 변화 없이 살아가는 저희한테 손님이 찾아온다는 건 정말 큰 행사나 다름없는데요, 무려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연합회 총재 예레미야스 아빠스와 연합회 선교 담당 총무 하비에르 신부가 약 한 주간 우리 공동체를 방문했습니다. 초콜릿이나 쿠키, 참치 캔같이 이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먹거리도 두 개.. 2022. 8. 29.
이미화 시인(삼천포) / 미화 외 2편 이미화 시인(삼천포) / 미화 흙 묻은 몸에 노란 꽃대 꽃대들 겨울 지나고 봄 친정집 텃밭에서 택배로 보내져온 무 한 자루 고향에서 나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통새미 배꽃이었다가 팔포역 매화 꽃이었다가 동구 밖 복사꽃이었다 그를 만났고 그를 사랑했고 그의 아기들을 낳았다 그가 죽고 나는 이름을 바꿨다 美花에서 미화美和, 이름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꽃 색깔을 바꿨다 배꽃 매화꽃 복사꽃 세상의 온갖 꽃들을 다 눌러 삼켰다 그랬더니 부품이 됐다 지난 겨울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저렇게 노랗게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니, 나는 친정집 텃밭에서 택배로 보내져 온 자루 속 무꽃을 들여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지하에서 피워 올린 너와 나의 미소 환하다. 이미화 시인(삼천포) / 몽돌 신수도 앞바다에 몽돌이 널려 있다 .. 2022. 8. 29.
손세실리아 시인 / 물오리 가족 외 3편 손세실리아 시인 / 물오리 가족 호수공원 나무다리를 건너다가 때마침 그 밑을 지나던 물오리 가족을 만났습니다 어미가 앞장 서 갈퀴발로 터놓은 물의 길을 여남은 마리의 새끼들이 올망졸망 뒤쫓고 있습니다 떼로 몰려다니며 수선스러워 보이지만 묵언정진 중인 수련 꽃잎에 생채기내는 일 없고 빽빽한 수풀 마구잡이로 헤집고 다니는 듯 보이지만 물풀의 줄기 한 가닥 다치는 법 없이 말짱한 것이 하늘에 길을 트고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들의 비행과 별반 다를 바 없었는데요 왜 유독 사람이 다녀간 길 언저리에는 상처가 남는지 꽃 지고 새소리 멎어 온통 황폐해지고 마는지 손세실리아 시인 / 별의 부름을 받다 청동의 몸을 빌어 별무리를 낳고 피의 유월 자유의 함성을 돌멩이 불끈 쥔 손아귀로 빚어놓던 한 그가 있었다 못가진 자 배.. 2022. 8. 29.
김소연 시인 / 그늘 외 3편 김소연 시인 / 그늘 벚나무는 천 개의 눈을 뜨네 눈동자도 없이 눈꺼풀도 없이 외투를 세탁소에 맡기러 가는 길과 교회의 문전성시와 일요일과 눈썰매와 벚나무는 곧 버찌를 떨어뜨리겠지 벌써 나는 침이 고이네 거미처럼 골목에 앉아 골목에 버려진 의자에 앉아 출발도 없이 도착도 없이 벌거벗은 햇볕 벌거벗은 철제 대문 그늘에 앉아 젖은 무릎을 말리네 해빙도 없이 결빙도 없이 북극여우와 바다코끼리와 바다표범과 흰 무지개와 흰 운무와 쇄빙선도 없이 해협도 없이 버찌는 잠시 돌 옆에 머물겠지 개미는 버찌를 핥겠지 혓바닥도 없이 사랑도 없이 김소연 시인 / 바깥 얼굴은 어째서 사람의 바깥이 되어버렸을까 창문에 낀 성에 같은 표정을 짓고 당신은 당신의 얼굴에게 안부를 물었다 안에 있어도 바깥에 있는 것 같아 바깥으로 나와.. 2022. 8. 29.
임윤 시인 / 의자 외 1편 임윤 시인 / 의자 저 나사못의 근원은 무엇인가 대가리 굴려가며 살다보니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도록 틀어쥐어야 삐걱대지 않았던가 빛나는 십자가 여남은 개 여기저기 단단히 돌려 박았다 한동안은 예수가 앉아 계시겠다 -시집 에서 임윤 시인 / 비명 공개 처형 일삼는 중국 정부가 인권문제 발언금지 조건으로 베이징 올림픽 입국을 허용했다 군중이 밀집한 광장에는 소리가 없다 잠깐 지퍼를 연 입술들은 둥둥 떠다니는 눈알들을 삼켜댔다 배 속에서 영상물이 재현되었다 목젖을 젖히고 뜨거운 기운이 밀려나왔다 앙다문 입술을 강제로 벌렸다 어금니 힘줄은 불끈 도드라졌다 머릿속까지 파고들다 역류하며 치솟았다 메마른 기억이 울컥울컥 눈물을 쏟아냈다 눈가리개 안쪽에선 티베트 라마승도 쓰러졌다 총알은 붉은 깃발 위로 날아다녔다 어금.. 2022. 8. 29.
윤수천 시인 / 행복한 죽음 외 1편 윤수천 시인 / 행복한 죽음 젊은 나이로 죽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하다 푸른 줄기로 빛나는 나무처럼 싱싱한 추억으로 떠나는 여행 오래 산다는 것이 자첫 허물만을 남기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떠남은 행복이다 저 누추한 얼굴들을 보아라 추한 무덤들을 보아라 살았어도 산 게 아닌 가엾은 사람들을 보아라 아쉬워할 때 떠나는 것은 오히려 고맙다 그럴 수 없는 게 다만 아쉬울 뿐 윤수천 시인 / 꽃은 밤에도 불을 끄지 않는다 한 목숨 다 바쳐도 좋을 사랑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지도 말고 깊이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시간은 항상 짧은 것 더 이상 서성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의 열차를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놓친 열차는 절대로 아름답지 않다 적극적인 사랑 오, 적극적인 사랑 사랑 사랑 지옥에 떨.. 2022. 8. 29.
류인서 시인 / 춘분점 류인서 시인 / 춘분점 낮과 밤, 그 사이에 생략이 살고있나 호주머니에서 녹슨 동전이 튀어나온다 건너온 날짜들이 건너뛴 골짜기 같다 “겨울엔 나무의 영혼만 보여”* 그 말에 내가 잡혀 있는 동안 나무는 겨울을 떠나고 있었다 풍경만 남아 남은 겨울을 잡고 있었다 동서남북을 몰라도 좋아하는 방향쯤 있지 않겠니? 빈 종이를 들고 와 동서남북 놀이 하자던 친구는 부활절의 익은 달걀에서 장미를 꺼내주던 그 아이, 자라면서 안개꽃을 사랑했다 안개 밖이나 햇빛 속에서 우리 종종 그림자를 잊었다 춘망 춘몽 중얼대는 틈에 나를 비껴간 풍선 편지들 적도를 잘 지났는지, 안부의 발코니에 닿았는지, 문 하나 사이에 두고 밤이고 낮인 이곳을 생각하다 저 혼자 아름다울 외계행성의 명암경계선을 그려보다 종이 바람개비를 만든다 어제.. 2022. 8. 29.
석연경 시인 / 부겐빌레아 외 2편 석연경 시인 / 부겐빌레아 가파른 절벽뿐이랴 세상은 꽝꽝 언 강 디딤돌 삼고 부르튼 발 타박타박 산정에 올라 고독한 나목으로 한생 견디자 했는데 눈 덮인 티베트 어디쯤일까 태허에서 막 건너온 듯 누가 불렀을까 아슬아슬한 절벽 너머 어렴풋한 꽃길 얼음벽 뚫고 첫새벽을 달려온 사람아 찬바람 지친 옷 벗고 절벽 좁은 바위틈 지나 꽃길로 오려무나 부겐빌레아, 내 꽃그늘에서 쉬려무나 이제 서러움에 퉁퉁 불은 뜨거운 내 젖가슴 환한 꽃불로 너를 품으리니 사람아 네가 오는 깊은 밤 억만 리 생살 찢어 가시 틔워 견디고 네가 오는 길목에서 숱한 손짓의 시간으로 번지고 번지던 붉은 손바닥들의 파닥임 이제 너를 향한 숫한 마음은 웅숭깊고 그윽한 길 찬란한 축제라 아직 절벽 끝에서 한 계절 울음을 쏟는 이 있을 터 사랑은 .. 2022. 8. 29.
이미화 시인(서울) / 열매를 닮은 꽃은 없다 이미화 시인(서울) / 열매를 닮은 꽃은 없다 꽃 필 때 목련은 눈이 없다. 하얀 플라스틱 같은 잎사귀에 저 목련의 향기 나는 울음 꽃은 해에게 눈을 다 빼주고 나서야 열매를 닮을 수 없다는 것을, 지난 해의 울음을 기억해 내지. 흔든 것에 흔들리는 울음이 있다면 계절을 우두둑 꺾어 불탔던 기억이 있는 꽃들은 눅눅한 재가 되고나서도 바람을 재연하듯 날리지. 색色이 들춰지는 바람의 순간이 있다. 검은 꽃잎은 없지만 검은 열매는 있다 눈을 먹은 꽃잎과 얼음을 먹은 열매가 있다 흔드는 것들은 흔들린 색만 얻을 수 있듯 꽃들은 단단한 허공에 귀를 대고 유언비어의 화기花期를 살지 바람은 서 있는 일이 없어 한 방향의 그늘로 얼굴을 삼거나 비린 맛으로 입에 들거나 흰 이빨처럼 그악하거나. 울퉁불퉁한 이빨자국이 선명.. 2022. 8. 29.
한정원 시인 / 살아 남겨진 사람들 외 1편 한정원 시인 / 살아 남겨진 사람들 키오스크가 작동하지 않는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한다. 직원에게 ‘살아남은 자’를 보겠다고 하니 ‘살아남은 사람들’이라고 정정해 준다. 감독 버르너바시 토트는 어떤 단어에 시선을 두었을까. 사람과 자者의 차이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데 있나. 능동적이고 수동적인데 있나. 노출과 감춤에 있나. 드러남과 드러냄의 빛의 각도에 있나. 나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브레히트처럼 더 무거운 기록을 남긴다. 나도 살아남은 자다. 살아남은 자는 무언가 미안한 자세를 취한다. 고개를 숙여야할 것 같고 도망자의 범주에서 기회를 보는 현실적인 인물로 커튼 뒤에 가려져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한 대상이다. 교훈을 줄 것이고 그들의 역경을 경험담으로 풀어낼 것.. 2022.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