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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박재삼 시인 /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외 4편 박재삼 시인 / 나뭇잎만도 못한 짝사랑 네 집은 십리 너머 그렇게 떨어진 것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있건만 혼자만 끙끙 그리울 때가 더 많았다네. 말 못하는 저 무성한 잎새들을 보면 항시 햇빛에 살랑살랑 몸채 빛나며 흔들리고 있건만. 말을 할 줄 아는 心中에도 도저히 그렇게 되지를 .. 2020. 3. 22.
박재삼 시인 / 12월 외 4편 박재삼 시인 / 12월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 2020. 3. 21.
천상병 시인 / 바람에도 길이 있다 외 2편 천상병 시인 / 바람에도 길이 있다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천상병 시인 / 약속 .. 2020. 3. 21.
박두진 시인 / 아버지 외 3편 박두진 시인 / 아버지 철죽 꽃이 필 때면, 철죽 꽃이 화안하게 피어 날 때면, 더욱 못견디게 아버지가 생각난다. 칠순이 넘으셔도 老松처럼 정정하여, 철죽꽃이 피는 철에 철죽 꽃을 보시려, 아들을 앞세우고 冠岳山, 서슬진 돌 바위를 올라 가셔서, 철죽 나물 캐어다가 뜰 앞에 심으시고 .. 2020. 3. 21.
윤동주 시인 / 호주머니 외 2편 윤동주 시인 / 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시인 / 겨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워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래미 달랑달랑 얼어요. 윤동주 시인 / 산협의 오후 내 노래는 오히려 설운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 2020. 3. 20.
신석정 시인 / 연꽃이었다 외 2편 신석정 시인 / 연꽃이었다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 2020. 3. 20.
박두진 시인 / 새벽바람에 외 3편 박두진 시인 / 새벽바람에 칼날 선 서릿발 짙 푸른 새벽, 상기도 휘감긴 어둠은 있어, 하늘을 보며, 별들을 보며, 내여젓는 내여젓는 백화(白樺)의 손길. 저 마다 몸에 지닌 아픈 상처에, 헐덕이는 헐덕이는 산길은 멀어 봉우리엘 올라서면 바다가 보히리라. 찬란히 트이는 아침이사 오리라.. 2020. 3. 20.
신석정 시인 / 그 마음에는 외 3편 신석정 시인 / 그 마음에는 그 사사스러운 일로 정히 닦아온 마음에 얼룩진 그림자를 보내지 말라. 그 마음에는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꽃을 피게 할 일이요 한 마리 학으로 하여 노래를 부르게 할 일이다. 대숲에 자취 없이 바람이 쉬어 가고 구름도 흔적 없이 하늘을 지나가듯 어둡고 흐린 .. 2020. 3. 19.
박두진 시인 / 당신 사랑 앞에 외 3편 박두진 시인 / 당신 사랑 앞에 말씀이 뜨거이 동공에 불꽃튀는 당신을 마주해 앉으리까 라보니여 발톱과 손가락과 심장에 상채기진 피 흐른 골짜기의 조용한 오열 스스로 아물리리까 이 상처를 라보니여. 조롱의 짐승소리도 이제는 노래 절벽에 거꾸러 짐도 이제는 율동 당신의 불꽃만을.. 2020. 3. 19.
노천명 시인 /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외 2편 노천명 시인 /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남아면 군복에 총을 메고 나라 위해 전장에 나감이 소원이리니 이 영광의 날 나도 사나이였드면 나도 사나이였으면 귀한 부르심 입는 것을 갑옷 떨쳐입고 머리에 투구 쓰고 창검을 휘두르며 싸움터로 나감이 남아의 장쾌한 기상이어든 이제 아세아.. 2020. 3. 19.
박두진 시인 / 가을 당신에게 외 3편 박두진 시인 / 가을 당신에게 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 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 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 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 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별.. 2020. 3. 18.
노천명 시인 / 내 가슴에 장미를 외 3편 노천명 시인 / 내 가슴에 장미를 더불어 누구와 얘기할 것인가 거리에서 나는 사슴모양 어색하다 나더러 어떻게 노래를 하라느냐 시인은 카나리아가 아니다 제멋대로 내버려두어다오 노래를 잊어버렸다고 할 것이냐 밤이면 우는 나는 두견! 내 가슴속에도 들장미를 피워다오 노천명 시.. 2020.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