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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피천득 시인 / 어린 벗에게 외 2편 피천득 시인 / 어린 벗에게 사막에는 비가 아니 옵니다. 나무도 풀잎도 보이지 않고 모래만이 끝없이 끝없이 깔려 있는 곳이 사막입니다. 다른 땅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울어도 사막에는 뽀―얀 모래 위에 봄바람이 이따금 불 뿐입니다. 다른 땅에는 푸른 잎새가 너울너울 늘어지고 그 사이.. 2020. 3. 13.
양주동 시인 / 바벨의 탑(塔) 외 2편 양주동 시인 / 바벨의 탑(塔) 영겁(永劫)의 첫날, 인류의 조상이 그의 손으로 주춧돌을 받쳐놓은 `바벨'의 탑― 영겁(永劫)의 끝날 인류의 후손이, 그의 손으로 이맛돌을 더하야 완성될 `바벨'의 탑― 일이 시작된 지 오래였으나,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거기 돌 하나 쌓으려 한다. 그대.. 2020. 3. 12.
피천득 시인 / 아가의 오는 길 외 2편 피천득 시인 / 아가의 오는 길 재깔대며 타박타박 걸어오다가 앙감질로 깡충깡충 뛰어오다가 깔깔대며 배틀배틀 쓰러집니다 뭉게뭉게 하얀 구름 쳐다보다가 꼬불꼬불 개미 거동 구경하다가 아롱아롱 호랑나비 쫓아갑니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아침 아침 .. 2020. 3. 12.
양주동 시인 / 나는 이 나라 사람의 자손이외다 외 2편 양주동 시인 / 나는 이 나라 사람의 자손이외다 Je suis le fils de cette race.―erhalen. 이 나라 사람은 마음이 그의 옷보다 희고, 술과 노래를 그의 아내와 같이 사랑합니다, 나는 이 나라 사람의 자손이외다. 착하고 겸손하고 꿈많고 웃음많으나, 힘없고 피없는 이 나라 사람― 아아 나는 이 나라.. 2020. 3. 11.
피천득 시인 / 아가의 기쁨 외 2편 피천득 시인 / 아가의 기쁨 엄마가 아가 버리고 달아나면 어쩌느냐고 시집가는 색시보다 더 고운 뺨을 젖 만지던 손으로 만져 봤어요 엄마는 아가 버리고 아무 데도 못가겠다고 종알대는 작은 입을 맞춰 주면서 세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어요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 2020. 3. 11.
양주동 시인 / 가을 외 2편 양주동 시인 / 가을 가 없는 빈들에 사람을 보내고 말없이 돌아서 한숨지우는 젊으나 젊은 아낙네와 같이 가을은 애처러이 돌아옵니다. 애타는 가슴을 풀 곳이 없어 옛뜰의 나무들 더위잡고서 차디찬 달 아래 목놓아 울 때에, 나뭇잎은 누런 옷 입고 조상합니다. 드높은 하늘에 구름은 개.. 2020. 3. 10.
피천득 시인 / 생각 외 2편 피천득 시인 / 생각 아침 햇빛이 창에 들어 여윈 내 손을 비추입니다 문갑에 놓여 있는 당신 사진에 따스한 봄빛이 어리웁니다 오늘도 님이여 나의 사랑은 멀리서 드리는 생각입니다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생명 억압의 울분을 풀 길이 없거든 드높은 창공을 .. 2020. 3. 10.
피천득 시인 / 달무리 지면 외 2편 피천득 시인 / 달무리 지면 달무리 지면 이튿날 아침에 비 온다더니 그 말이 맞아서 비가 왔네 눈오는 꿈을 꾸면 이듬해 봄에는 오신다더니 그 말은 안 맞고 꽃이 지네 산호와 진주, 일조각, 1969 피천득 시인 / 무제(無題) 설움이 구름같이 피어날 때만 높은 하늘 파란 빛 쳐다봅니다 물결같.. 2020. 3. 9.
문병란 시인 / 인연서설 외 1편 문병란 시인 / 인연서설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 2020. 3. 9.
피천득 시인 / 나의 가방 외 2편 피천득 시인 / 나의 가방 해어진 너의 등을 만지며 꼬이고 말린 가죽끈을 펴며 떨어진 장식을 맞춰도 본다 가을 서리 맞은 단풍이 가슴에다 불을 붙이면 나는 너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눈 위에 달빛이 밝다고 막차에 너를 싣고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였다 늙었다―너는 늙었다 나도.. 2020. 3. 8.
문병란 시인 / 하동포구(河東浦口) 외 2편 문병란 시인 / 하동포구(河東浦口) 유행가 가락 따라 나도 모르게 왔네 빈 호주머니 노자도 없이 엿판도 못 짊어진 전라도 사나이 삼학(三鶴)소주 한잔에 취해서 왔네 하동포구 80리에 빈 모래사장만 눈부시고 발자국도 없이 쫓겨온 사나이 눈부신 햇살에 갇혀 길을 잃었네 무슨 알뜰한 옛.. 2020. 3. 8.
피천득 시인 / 기다림 1 외 2편 피천득 시인 / 기다림 1 밤마다 눈이 나려서 쌓이지요 바람이 지나고는 스친 분도 없지요 봄이면 봄눈 슬듯 슬고야 말 터이니 자욱을 내 달라고 발자욱을 기다려요 서정시집(抒情詩集), 상호출판사, 1947 피천득 시인 / 기다림 2 자취 소리에 들은 고개 맑은 눈결에 수그러져라 걷는 뒤만 우.. 2020.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