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근대)937 정지용 시인 / 조찬 외 3편 정지용 시인 / 조찬 해ㅅ살 피여, 이윽한 후, 머흘 머흘 골을 옮기는 구름. 길경(桔梗) 꽃봉오리 흔들려 씻기우고. 차돌부리 촉 촉 죽순 돋듯. 물 소리에 이가 시리다. 앉음새 가리여 양지 쪽에 쪼그리고, 서러운 새 되어 흰 밥알을 쫏다. 정지용 시인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 2019. 10. 1. 김소월 시인 / 개여울 외 4편 김소월 시인 /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 2019. 9. 30. 백석 시인 / 허준 (許俊) 외 4편 백석 시인 / 허준 (許俊) 그 맑고 거룩한 눈물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그 따사하고 살틀한 볕살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여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에서 당신은 이 세상에 나들이를 온 것이다 쓸쓸한 나들이를 단기려 온 것이다 눈물의 또 볕살의 나라 사람이여 당신이 그 긴 허리를 굽히고 .. 2019. 9. 30. 정지용 시인 / 슬픈 우상(偶像) 외 4편 정지용 시인 / 슬픈 우상(偶像) 이밤에 安息하시옵니까. 내가 홀로 속에ㅅ소리로 그대의 起居를 問議할삼어도 어찌 홀한 말로 붙일법도 한 일이오니까. 무슨 말슴으로나 좀더 높일만한 좀더 그대께 마땅한 言辭가 없사오리까. 눈감고 자는 비달기보담도, 꽃그림자 옮기는 겨를에 여미며 .. 2019. 9. 30. 김소월 시인 / 가는 봄 삼월(三月) 외 4편 김소월 시인 / 가는 봄 삼월(三月)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질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때는 못 잊게, 그리워. 잊으시기야, 했으랴, 하마 어느새,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점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때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질. 1922. 8 김소월 시인.. 2019. 9. 29. 백석 시인 / 통영(統營) 외 5편 백석 시인 / 통영(統營) ― 남행시초(南行詩抄) 2 통영(統營)장 낫대들었다 갓 한닢 스고 건시 한접 사고 홍공단 댕기 한감 끊고 술 한병 받어들고 화륜선 만저보려 선창 갔다 오다 가수내 들어가는 주막 앞에 문둥이 품바타령 듣다가 열이레 달이 올라서 나룻배 타고 판데목 지나간다 간다.. 2019. 9. 29. 정지용 시인 / 다시 海峽 외 4편 정지용 시인 / 다시 해협(海峽) 正午 가까운 海峽은 白黑痕跡이 的歷한 圓周! 마스트 끝에 붉은旗가 하늘 보다 곱다. 甘藍 포기 포기 솟아 오르듯 茂盛한 물이랑이여! 班馬같이 海狗 같이 어여쁜 섬들이 달려오건만 一一히 만저주지 않고 지나가다. 海峽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 .. 2019. 9. 29. 김기림 시인 / 해도(海圖)에 대하여 외 3편 김기림 시인 / 해도(海圖)에 대하여 산(山)봉오리들의 나즉한 틈과 틈을 새여 남(藍)빛 잔으로 흘러들어오는 어둠의 조수(潮水). 사람들은 마치 지난밤 끝나지 아니한 약속(約束)의 계속인 것처럼 그 칠흑(漆黑)의 술잔을 들이켠다. 그러면 해는 할 일 없이 그의 희망(希望)을 던져 버리고 .. 2019. 9. 28. 백석 시인 / 북방에서 외 4편 백석 시인 / 북방에서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夫餘)를 숙신(肅愼)을 발해(渤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 흥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는 숨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 2019. 9. 28. 정지용 시인 / 따알리라 외 3편 정지용 시인 / 따알리라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젓가슴과 붓그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 순하여 다오. 암사심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 2019. 9. 28. 김기림 시인 / 파도 소리 헤치고 외 2편 김기림 시인 / 파도 소리 헤치고 꽃 바다 깃발 바다 파도 소리 헤치고 밀물쳐 들어온다 티끌 쓴 기동부대 해방의 병사들이 오만한 요새선과 철조망 실색(失色)한 포로 꺾어진 총칼더미 박차 흩으며 잃어버렸던 조국의 아침이다 눈물 걷고 쳐다보아라 형제들아 산맥과 거리와 마을마다 독.. 2019. 9. 27. 백석 시인 / 수박씨, 호박씨 외 2편 백석 시인 / 수박씨, 호박씨 어진 사람이 많은 나라에 와서 어진 사람의 짓을 어진 사람의 마음을 배워서 수박씨 닦은 것을 호박씨 닦은 것을 입으로 앞니빨로 밝는다 수박씨 호박씨 입에 넣은 마음은 참으로 철없고 어리석고 게으른 마음이나 이것은 또 참으로 밝고 그윽하고 깊고 무거.. 2019. 9. 27.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