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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937

정지용 시인 / 인동차(忍冬茶) 외 4편 정지용 시인 / 인동차(忍冬茶)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 2019. 9. 23.
김기림 시인 / 어린 공화국(共和國)이여 외 3편 김기림 시인 / 어린 공화국(共和國)이여 식은 화산 밑바닥에서 희미하게 나부끼던 작은 불길 말발굽 구르는 땅 아래서 수은처럼 떨리던 샘물 인제는 모란같이 피어나라 어린 공화국이여 그늘에 감춰온 마음의 재산 우리들의 오래인 꿈 어린 공화국이여 음산한 `근대'의 장렬(葬列)에서 빼.. 2019. 9. 22.
정지용 시인 / 카페·프란스 외 4편 정지용 시인 / 카페·프란스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 2019. 9. 22.
김규동 시인 / 환상가로(幻想街路) 외 3편 김규동 시인 / 환상가로(幻想街路) 잊어버릴 수도 있고 또 사랑할 수도 있는 환상(幻想)의 언덕을 배회(徘徊)하며 친구와 더불어 나눈 우정(友情)이며 약속(約束)을 아무런 괴로움도 없이 망각(忘却)할 수 있는 날은 경사(傾斜)의 가로(街路)위에 회색(灰色)의 원경(遠景)이 지평선(地平線).. 2019. 9. 22.
김기림 시인 / 시론(詩論) 외 2편 김기림 시인 / 시론(詩論) ―여러분― 여기는 발달된 활자의 최후의 층계올시다 단어의 시체를 짊어지고 일본 종이의 표백한 얼굴 위에 거꾸러져 헐떡이는 활자― `뱀'을 수술한 백색 무기호문자(無記號文字)의 해골의 무리― 역사의 가슴에 매어 달려 죽어가는 단말마 시의 샛파란 입술.. 2019. 9. 21.
함형수 시인 / 귀국 외 5편 함형수 시인 / 귀국 그들은 묻는다 내가 갔었던 곳을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얻었는가를 그러나 내 무엇이라 대답할꼬 누가 알랴 여기 돌아온 것은 한 개 덧없는 그림자 뿐이니 먼­하늘 끝에서 총과 칼의 수풀을 헤엄쳐 이 손과 이 다리로 모­든 무리를 무찔렀으나 그것은 참으로 또.. 2019. 9. 21.
김규동 시인 / 하늘과 태양(太陽)만이 남아 외 2편 김규동 시인 / 하늘과 태양(太陽)만이 남아... 원제 : 하늘과 태양(太陽)만이 남아 있는 도시(都市) 슈―샤인 애수(哀愁)에 젖어 소리에 젖어 오늘도 나는 이 거리에서 도대체(都大體) 어데로 가는 것인가. 계절(季節)을 잃은 남루를 걸치고 숱한 사람들속 사람에 부대끼며 수없는 시선(視線).. 2019. 9. 21.
김기림 시인 / 새해의 노래 외 2편 김기림 시인 / 새해의 노래 역사의 복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가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민족과 민족의 아우성 소리 어둔 밤 파도 앓는 소린가 별 무수히 무너짐인가? 높은 구름 사이에 애써 마음을 붙여 살리라 한들 저자에 사무치는 저 웅어림 닿지 않을까 보냐? 아름다운 꿈 지님은 언제.. 2019. 9. 20.
함형수 시인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외 3편 함형수 시인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 2019. 9. 20.
김규동 시인 / 테레타이프의 가을 외 2편 김규동 시인 / 테레타이프의 가을 소녀(少女)는 투명(透明)한 유리컵에 한줌의 서정(抒情)을 따라 놓고 거리의 바람 속에 종이조각처럼 사라져 갔다. 갑자기 현기증(眩氣症)이 남는 머리를 신문지(新聞紙)에 기대고 오늘의 일과(日課)를 헤아려 볼 때 성냥개비 같은 붓대에 매어달린 나의 .. 2019. 9. 20.
김기림 시인 / 봄은 전보도 안 치고 외 3편 김기림 시인 / 봄은 전보도 안 치고 아득한 황혼의 찬 안개를 마시며 긴―말 없는 산허리를 기어오는 차소리 우루루루 오늘도 철교는 운다. 무엇을 우누. 글쎄 봄은 언제 온다는 전보도 없이 저 차를 타고 도적과 같이 왔구려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골짝에서 코고는 시냇물들.. 2019. 9. 19.
김규동 시인 / 재판 외 3편 김규동 시인 / 재판 의롭고 당당해야겠다 재판은 백해무익한 일을 밥먹듯 하면서도 뉘우치는 일 없으니 도대체 너는 무엇을 꿈꾸는 것이냐 소리지르지 마라 사람을 알기를 허수아비로 알고 있다 한 식구가 모여 앉아 지켜보는 적도 있으나 네가 기특해서인 줄 알면 잘못이다 기가 막히고.. 2019. 9. 19.